업계, 기획부터 효율성 추구
백화점 공략을 기피하는 남성복 브랜드가 늘어나는 가운데 백화점이 시스템의 개선을 주 장하는 업계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소 어두운 하반기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남성복 시장은 이번 F/W시즌 10개 이상의 신규 브랜드가 선보일 예정이라 활발한 움직임이 기대된다.
그러나 이 중 대다수가 기획단계부터 효율성과 블루오션 공략에 포커스를 맞춰 로드샵과 할인점 위주의 유통망 전개를 펼칠 예정이라 백화점에서 새 브랜드를 찾아보기는 힘들 듯 하다.
매스티지 전략을 내세운 조르지오페리(대표 조용옥)는 BIG3 백화점을 배제한 채 매장을 확장할 방침이며 캐릭터 캐주얼 버디옴므(대표 김상우) 역시 부담없는 가격을 이유로 직영점과 대리점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제이이코리아(대표 배만종)의 이탈리아 라이센스 브랜드 겐지아는 할인점 공략을 선언했으며 발렌타인(대표 김인헌)의 코디네이션 브랜드 닷 엠(.M)은 일찌감치 스트리트로 방향을 잡았다.
빌트모아(대표 조성옥)가 준비하고 있는 2개 브랜드 역시 로드샵과 할인점 시장을 노크할 예정이다.
코오롱패션(대표 제환석)의 스파소는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노선을 변경해 부활한다.
반면 백화점에서 신규 내셔널 브랜드를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제일모직(대표 제진훈)의 란스미어나 명품 구두 존 록, 미국 트래디셔널 브랜드 간트 등 일부 해외 직수입과 라이센스 브랜드만 일부 백화점에서 오픈하거나 편집샵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 백화점 입점을 통해 인지도 고급화에 주력하던 기존의 업계 움직임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백화점을 배제한 유통망 전개 방침에 대해 관계자들은 “소비자의 시각이 달라져 합리적 소비 성향이 늘어난데다 현재로선 백화점에서 도무지 실이익을 바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스파소 측은 “BIG3의 수수료가 높아 이익률이 없다”며 “이전에 중단됐었던 이유도 실익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백화점에서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일 수 있었으나 마진은 기대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조르지오페리 관계자는 “수수료가 40%대에 육박하는 백화점에서 매스티지 브랜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비용 절감의 가장 큰 비중은 유통망 전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사에서도 “이젠 백화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MF가 터지면서 군소 백화점들이 무너지고 BIG3 체제가 들어서면서 수수료가 너무 부담스러워졌다”며 “유통업계의 경쟁력 제고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일이었지만 브랜드 업체에 있어서는 가중되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실제 수수료에 추가비용까지 합산하면 46%~51%이상의 매출액이 손에서 날아가 버린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백화점 입점으로 전시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결국 업체들이 백화점에서 등을 돌릴 때에는 수수료 문제밖엔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일침을 놓았다.
실제로 백화점에서 로드샵으로 주력 유통망을 변경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브랜드들이 늘고 있어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지오지아는 로드샵에 전체 유통망의 8할 이상의 비중을 두고 본격적인 스트리트 공략에 들어가 지난해 4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지로디자인(대표 강신규)의 옴브루노는 2년전 사정상 백화점에서 대리점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가 뜻하지 않게 높은 매출 신장을 이뤘다.
SG위카스의 바쏘 역시 백화점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다가 대리점 사업을 확장하면서 괄목할 만한 신장을 이룬 케이스.
박한용 바쏘 사업부장은 “백화점 입점 매장의 효율성 개선과 김성수를 영입하면서 시도한 스타마케팅의 성공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맞물린 ‘작전의 성공’”이라면서도 “스트리트 공략에서 큰 수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높은 수수료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백화점 브랜드나 할인점 브랜드나 고객의 시선에서는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없는게 사실”이라며 “심지어는 디자이너 출신의 전문가가 비교해 봐도 품질과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고 가격만 배 이상으로 차이가 나는 제품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젠 좀 더 설득력있는 ‘백화점만의 무엇’을 내놓아야 할 때”라며 “더불어 한국 패션업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