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일류 백화점을 빼놓고 보통 상점에선 정가라는 개념이 지극히 희박하다. 물건 값은 고객과 점포 측과의 교섭에서 이루어진다. 쇼핑의 첫발은 에누리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아랍의 상법으론 상인이 제시한 가격의 10분지 1정도로부터 흥정이 시작 되지만, 중국에선 3분지 1이나 절반 값부터 시작하는 게 통례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일종의 ‘승부’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손님은 왕’이 아니다. 금전을 매개해서 파는 쪽과 사는 쪽의 입장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상전(商戰)이라는 말을 쓴다.
공평대인(公平待人 : 사람은 모두 대등하다). 이것이 중국에 있어서의 인간관계의 원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이 부족해서 파는 쪽이 유리한 경우나, 물건이 남아돌아가 사는 쪽이 유리한 경우도 입장적으로는 대등하다. 강자와 약자로 갈리는 것은 교섭력의 차가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 쇼핑을 하게 되면 일본이나 한국에서처럼 대접을 받지 못해 ‘장사들이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문제의 본질은 파는 쪽과 사는 쪽을 둘러싼 가치관에 기인한다.
솔직히 말해서 중국인은 이웃나라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으로 다부지며 무척 교활한 면을 가지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이웃나라에서 진출한 사람들은 너무나 난약하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도무지 헤아리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래 사람의 마음이란 마계(魔界) 그 자체다. 정의만이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악(惡)도 번영하며 겉으로 보이는 점뿐만이 아니라 뒤에 숨겨진 면이 있기 마련이다. 동전에 앞, 뒷면이 있듯이….
회사나 국가에도 그러한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왕왕 중국에서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투자했다가 출자금마저 송두리째 뺏기고 알몸으로 돌아왔다는 넋두리를 자주 듣게 된다. 정말 중국인으로서 듣기 민망하고 미안하기 짝이 없지만 중국, 특히 화교의 세계에선 ‘속는 쪽이 빈틈이나 허점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쪽이 낫다. 인생다겁(人生多劫 : 인생 모든 곳에 적이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중국인은 사람에게 속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