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백년대계 슈퍼섬유 융합사업
‘눈먼 돈 따먹기 경연장’ 돼서는 안돼”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은 16일 무역협회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정부지원 R&D(연구개발)과제는 밑 빠진 독”이라며 “깨진 독은 고쳐서 물을 부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R&D 과제의 전면 수술을 예고했다.
최 장관은 특히 “그동안 정부지원 R&D 과제는 온정주의 평가에 의해 지원금을 나눠먹는 식으로 추진돼 왔다”며 “차관을 중심으로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연말까지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 “더이상 나눠먹기 식 안된다”
차관 중심 TF팀 구성 방안 적극 강구
때늦은 감이 있지만 최 장관의 이 같은 행보로 R&D 과제의 실효성에 한 가닥 희망을 던져 주고 있다.
업계도 환영일색이다. R&D 과제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통합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IET) 서영주 원장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팔 걷고 나섰다.
그는 “R&D 과제의 실현성과 상품성들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과제특성분석, 평가방법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노희찬)도 대 업계 수요조사 및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R&D 과제가 과연 실효성 있는 진정한 사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R&D 과제 현황
올해 정부는 R&D 과제에 총 12조3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년대비 10.8% 증가한 수치다. R&D 투자는 지난 5년간 매년 13.6%씩 증가해 왔다.
이 같은 결과로 한국은 정부지원 R&D 비중이 일본(23.5%), 중국(24.7%)보다 높은 26.2%로 나타나고 있다. 민간투자 부문에서는 일본(76.1%)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높다(73.8%). 지경부가 사업을 공고하고 산업기술평가원, 광역단체 별 전략산업기획단이 평가하고 지원 대상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문제점
지경부가 매년 R&D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14대 국가원천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지경부는 R&D 과제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위임기관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동안 과제 평가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이 전담해 왔다. 그러나 평가원은 과제심사에서부터 중간평가, 완료보고, 사후관리에 이르는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과제를 통해 개발된 신제품이 팔려나가는지의 여부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러한 맹점은 과제주관기업과 연구기관, 참여대학교수들이 빠져나갈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 됐다. 과제선정만 되면 일단 예산부터 지원받아 쓰고 볼 일이다. 완료평가보고는 ‘눈 감고 아웅’식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만 하면 무사통과다. 수십 년을 이런 식으로 R&D 과제는 추진돼 왔다.
우스운 얘기지만 사업보다 R&D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기업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R&D 과제만 잘 따내면 연간 5억~10억 원을 벌어들일 판에 눈독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타개 & 개선과제
과제의 특성과 차별성, 수요창출성을 검증하는 타이트한 심사제도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위촉 심사위원의 자질과 능력부터 먼저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제의 전문적 내용도 모르는 심사위원이 무엇을 평가하겠는가. 사후관리제도의 개선도 이에 못지않다.
완료보고 후 개발된 상품이 수요를 얼마나 창출했는지 면밀히 관리하고 평가하는 제도야 말로 정부지원 R&D 과제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성과가 없는 기업이나 기관, 대학교수들은 단호히 페널티를 물어 R&D 과제참여 기회를 제한해야한다. 이 같은 제도개선은 지경부(중기청 포함)의 의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지역별 전략산업기획단의 반성과 각고의 타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내년부터 한국섬유산업의 백년대계를 보장할 슈퍼섬유 융합화 사업에 1404억 원이 투입된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지만 실효성 있게 투입된다면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다.
슈퍼섬유만큼은 ‘정부의 눈먼 돈 따먹기 경연장’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