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대구광역시장 ‘섬유 러브콜’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섬유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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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있게 시정 이끌때 섬유산지 재도약 기약

올 해들어 김범일 대구광역시장이 바빠졌다. 업종 구분 없이 러브콜이다. 섬유를 필두로 자동차부품, 기계금속, 한방바이오 메카트로닉스,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챙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그런데 왠지 그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 섬유업종만 해도 그렇다. 조해녕 전 시장에 이어 김 시장은 아직까지 대구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홀대가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임기 1~2년 차는 그야말로 대구섬유업계로선 암흑이었다. 비전도 없었고 대구시가 어려움을 타개할 노력도 보이지 못했다. 국장, 과장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눈치만 보면서 세월만 보내온 셈이다. 그런 그가 올해 접어들면서 태도가 돌변했다. 섬유업계에 애정을 보내기 시작했다. 실질적 도움을 주는 러브콜이었다면 생각을 달리 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분위기에 편승한 발언에 그치고 있다. 대구섬유산지 생산설비의 노후도가 심각한 지경까지 왔음을 모를 리 없는 그다. 그동안 정기총회장은 과장급이 김 시장을 대신해 참석해왔었다. 그러나 연초에 조합, 단체 정기총회에 김 시장이 참석했다. 설비개체 자금지원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마련해 보겠다는 약속도 했다.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일관되게 섬유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섬유도시 시장에 어울리는 발언을 해왔다. 지난 9월 대구경북 섬유업계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 포럼에도 어김없이 그는 참석했다. 그의 입장에선 획기적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대구경제에서 섬유가 최고다(생산, 고용).” “이제 섬유가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인 만큼 업계와 시가 합심해 노력한다면 재도약을 꾀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지원 자금에만 의존해 왔던 섬유업계도 이젠 자구노력이 필요할 때다.” “방안을 세워봐라. 성과추구형 계획이라면 무엇이든 돕겠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그의 이 같은 섬유사랑 발언 내용은 4년 전 시장 선거운동 당시에도 같았다. ‘급할 때는 러브콜, 자리에 앉으면 쓴 소리’. 김 시장의 지난 4년간 자화상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친김에 섬유패션을 총괄하는 대구시 섬유패션 과장 자리를 업계가 추천하는 사람을 앉히겠다고 했다.

그동안 섬유패션 과장이 전문성이 부족해 대 업계 소통과 실질적 지원이 미흡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의 이 같은 발언에 따라 시는 모집공고를 통해 5명의 과장 후보자를 접수 마감했다. 그런데 이 또한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섬유업계가 추천하는 사람을 앉히면 그만인 것을 5명의 후보자를 끌어들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업계가 추천한 한사람을 빼고는 나머지는 들러리란 얘기다. 업계 추천도 섬유업계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 추천이 되지못했다. 섬유산업협회 회장단 몇몇이 엉겁결에 추천한 인물이다. 후보에 대한 검증을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천받은 후보자가 섬유업계 실태를 잘 아는 섬유전문가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차라리 행정 경력자라는 게 어울리는 평가다. 나머지 4명의 후보 중 함량 미달 인사도 보인다. 몇몇 업체 대표가 후보자 이름을 꺼냈다가 실소를 유발한 적도 있었다. 반면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섬유 대기업에 20년 이상을 근무한데다 현직 섬유중소기업에서 임원으로 있는 섬유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능력이 있건 없건 중요한 게 아니다. 시장의 발언에 따라 업계가 추천한 인물이 과장 자리에 앉을 것이란 예상은 대세다. 하지만 지난주 시장 이하 대구시 국장급 간부들의 팔공산 모임에서 모 국장이 과장후보 심사를 놓고 난처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소식이 들려오는가하면 업계에서도 후보자 능력을 두고 말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시장의 주관이고 소관이다. 스치고 지나갈 자리일지언정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길 마음이 있다면 객관적이고 소신있는 시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 섬유패션 과장 심사도 마찬가지다. 백 마디 말보다 실효성 있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게 낫다. 지금 대구섬유산업은 퇴로가 막힌 좁은 길목에 서있는 형국이다. 직기, 염색기, 사가공기, 사이징기 등 생산설비의 노후도가 심각하다. 기술 및 고급인력 부족에다 세계시장을 따라잡을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연구개발사업 추진 또한 시급하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을 펼칠 소신 있는 시장, 국장, 과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길 바랄뿐이다.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나 기관도 실속위주의 의견수렴과 정책제안 등 대구섬유를 도약시킬 방안마련에 힘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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