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을 비롯, 직물, 의류 등 대부분 섬유류 수출 기업들은 올해 수출 단가 상승과 아울러 중국 및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한국의 섬유류 수출 여건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스토어 바이어들 역시 의류 소매가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라 올해 섬유류 수출 시장은 바이어에서 셀러 마켓으로 변화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류 소매가는 지난 10년간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반면 생산 원가는 매년 상승, 더 이상 단가 인상을 저지할 명분이 없고 여기에 작년 한 해 섬유류 원자재 값 폭등으로 지속적인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갭(GAP)과 JC페니 등 주요 의류 소매업체들은 원면 가격 상승으로 의류 생산 비용이 20% 늘어날 것으로 예측,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섬유류 수출 경쟁력 하락 현상도 뚜렷하다. 중국 업체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작년 금융 위기 여파로 위안화는 평가 절상 압력을 받는 등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수출에 주력하던 공장들이 공임을 더 주는 내수용 제품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이미 수출 시장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트라 뉴욕지사에 따르면 美 아웃웨어 업체인 G사 바이어는 “중국은 공장 잡기가 매우 어렵고 딜리버리 사고가 심각해 작년 상반기 중국 소싱에 문제가 많았다”며 소싱국을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명성텍스 권순형 사장은 “헤비 가먼트를 생산하는 중국 봉제 공장 숫자는 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해, 대련, 남경 등지 대규모 공장들이 내수로 돌아서거나 문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섬 업계도 내년 수출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미 FTA 최대 수혜 품목으로 꼽히는 SF(Staple Fiber)의 관세(8%)가 완전 철폐됨에 따라 수익성과 매출신장이 기대되고 FTA 효과로 인해 저가 공세를 펼치는 경쟁국과의 가격 갭을 5~10% 정도 줄일 수 있는 긍정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휴비스 김만규 본부장은 “중국을 수출 경쟁국이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보는 시각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은 우리 업체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 불안정한 화섬 원료값과 금융 위기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직물 부문도 올해 호경기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산지인 대구경북 섬유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주력 품목인 폴리 직물과 나일론 직물의 선전이 기대된다. 대한직물공업협동조합연합회 윤성광 회장은 “우리 시장을 잠식했던 중국 경쟁력이 현저하게 쇠퇴하고 있다”며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산 제품으로 회귀하는데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케미칼 텍스타일사업본부 이영호 상무는 “올해 오더는 이미 10% 상승한 가격에 계약이 진행되고 있고 추가 상승도 기대된다”며 “특히 미국 시장이 괜찮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기창 기자 [email protected]
바이어에서 셀러마켓 전환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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