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희망으로
국내섬유산업은 80~90년대를 거치면서 1~2차 전성기를 지나 뉴밀레니엄을 맞은 직후부터 10여 년간 혹독한 구조조정과 시련을 맛봐야했다. 세계 경제 사이클과 소비자 욕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많은 섬유인들은 “이젠 섬유산업은 끝났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시련을 맞은 지 10년 만에 국내섬유산업은 재기에 성공했다. 오히려 시련과 구조조정의 세월이 보약으로 변했고 절치부심의 계기로 작용했다. 기업은 더욱 강해졌고 제품도 고부가가치를 위주로 재편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경영 요소의 변화다. 사람, 자본, 소재라는 교과서적인 경영요소가 아니다. 인적 자원과 네트웍, 자금쓰임새의 변화, 전략과 전술의 변화, 기획과 마케팅의 중요성, 기업이미지 등이 섬유산업의 경영 지도를 확 바꿔 놓았다.
섬유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요소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2005~6년을 기점으로 ‘섬유는 끝났다’는 말을 무책임하고 비겁하게 내뱉으며 사업을 포기하거나 “언제든 그만두면 된다”는 인식으로 연명해온 기업이 최근 들어 반성과 후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요인들로 인해 올해 섬유산업은 2000년 이후 최고의 성적을 보 이며 섬유산업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금년 들어 9월 누계 전국섬유류 수출은 100억5800만 달러로 지난해 116억3430만 달러에 근접한 가운데 연말 누계 실적이 13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구경북 섬유류 역시 2000년 이후 최대 실적인 28억 달러 돌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9월 누계 실적이 20억932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대구경북 섬유 류는 23억4240만 달러를 수출했다.
젊은 CEO, 고급 인적자원
기업경영의 승패를 사람이 좌우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고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이나 국내 대표기업들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초반 이후 창업한 젊은 CEO들은 고급인재들과의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인 만큼 멀티 플레이어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만큼 젊은 CEO들이 자발적 직무 몰입분위기 조성과 창조적 직무수행이라는 기업문화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에 따른 결실도 성취감, 경제적인 보상, 사회적인 책임까지 확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인재가 많아도 경영목표와 성과를 거두기 위한 직무수행이 분명하지 않으면 기업의 이익창출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엘리트 CEO들은 이 같은 원리를 간파하고 있다. 동진상사 조원준 전무(2 세경영인), 해원통상 김종욱 대표(창업), 엔텍스 이종찬 대표(창업), 부경화섬 이승일 대표(창업), 삼광염직 안병준 전무(2세경영인), 알앤디텍스타일 강영광 대표(창업), 백산무역 이정근 대표(창업), 섬영텍스타일 노현 대표(창업), 나나피엔씨 김태훈 대표(창업)등 100여 명에 이르는 대구경북지역 젊은 CEO들은 기업의 이익창출을 실현하기 위한 인적자원의 직무수행 성과를 극대화하는 주인공들이자 섬유신문화를 창조하는 리더들이다.
설비 레이아웃의 효율성, 직무분담, 동기부여와 인센티브, 성취감 등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면서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기업 내 인적 네트웍은 기본. 산·학·연에 이르는 다양한 인적 네트웍을 구성하고 기업의 경영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2010년 이후 섬유산업의 새로운 풍속도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불과 10년 전만해도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공격적 마케팅
급변하고 있는 대구섬유산업의 풍속도는 CEO들이 직접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것. 외국어 실력과 섬유의 이해, 개발력을 두루 갖춘 젊은 CEO들은 잘나가는 기업의 고급 인적자원이자 대표다.
CEO가 발고 뛰면서 바뀐 풍속도는 개발아이템의 적중성, 제품 포트폴리오, 개발방향, 부가가치 정도 등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돌아와 피드백 기능을 완벽하게 발휘한다는 것. 개발, 기획, 디자인, 생산에 이르기까지 기업 내 인적자원들이 CEO와 한자리에 모여 마라톤 회의가 끝나면 톱니바퀴 돌 듯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90년대 중, 후반 만들면 팔리는 시대와는 거리가 먼 섬유 신 경영 풍속도다.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을 과감히 멀리하는 전략도 공격적 마케팅에서 파생된 새로운 모습이다.
나만의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젊은 CEO들의 경영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영도벨벳, 알앤디 텍스타일, 동진상사, 삼광염직, 서광무역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각종 해외전시회 및 영업을 도맡아하는 CEO는 KY텍스 이명규 대표, 알앤디 텍스타일 강영광 사장, 동진상사 조원준 전무, 엔텍스 이종찬 대표, 중원무력 김진한 대표 등이 꼽힌다.
기획과 R&D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섬유산업의 풍속도 중 백미로 꼽히는 부문. 해외시장에서 고가에 팔릴 수 있는 제품기획과 개발은 이젠 몸에 밴 단계까지 진입했다. 대구섬유산업에서 잘나가는 기업의 공통점 중 하나가 개발 및 시장요구 반영의 신속성과 정확성이다.
유럽, 미주, 중동지역에 이르는 해외시장의 요구를 기업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이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이는 고부가가치 창출로 직결되면서 국내섬유산업의 평균 단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내는 한편 기업의 성장성을 보장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는 바이어가 제시하는 제품을 개발해 오더를 수주했지만 최근에는 바이어 제시 아이템을 비롯해 자체개발 아이템을 바이어에게 역제안함으로써 신 수요를 창출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발신되는 트렌드를 입수, 트렌드에 맞춘 상품기획과 개발은 이젠 기본 중 기본이다.
제품기획을 활성화하기 위해 패션디자이너, 미술전공자, 섬유전공자 등 고급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풍속도도 이젠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시대로 진입했다. 부경화섬, 벽진바이오텍, 백산무역, 덕우실업, 섬영텍스, 해원통상들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사진설명> 1·2 : 젊은 엘리트 CEO들은 고급 인재들과의 팀워크를 강조하며 창조적 직무수행이라는 기업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각각 나나피엔씨 김태훈 대표와 알엔디텍스타일 강영광 대표이사.
3·4 : 설비 레이아웃 효율성과 직무분담, 동기부여와 인센티브, 성취감과 공감대를 이끌어 내며 경영 성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5·6 : 각각 연사기와 제직공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