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치 디자이너, 시대적 고증·작품성 충실한 무대 의상 제작
‘패션’ 공연문화 예술 주요 장르 부각
명동 예술극장서 4월14일부터 공연
세계 연극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손꼽히는 안톤 체홉의 ‘갈매기’가 오는 4월14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려지는 가운데 박항치 디자이너가 시대적 고증에 충실한 무대의상을 제작해 명작의 명성을 드높인다.
안톤 체홉의 ‘갈매기’는 그 내용이 문학과 연극에 관한 것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꾸준히 공연돼 왔다. 특히 이번 공연은 평생 200여편 이상의 작품을 연출하면서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지촌 이진순 선생에게 헌정하는 것으로 명동예술극장과 지촌 이진순 기념 사업회가 공동 제작한다.
안톤 체홉의 작품은 항상 평범한 일상뒤에 특별함을 예시하고 있으며 일상을 세밀하게 그림으로써 우리가 흔히 보고서도 알지 못하는 본질을 발견하게 한다. ‘갈매기’는 삶의 일상성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 주면서 동시에 사실적인 세부 관찰을 토대로 삶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탁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갈매기’의 모든 등장 인물들은 욕구와 좌절 사이에서 방황하며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을 반복한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심각하기만한 방황과 좌절이 다른이에게는 다소 우습게 보이고 좌절에 대한 표현은 희극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에 등장인물들간의 짝사랑과 해서는 안될 사랑,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가슴 아프지만 삶의 감동을 위해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제시돼 또한 희극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시놉시스를 보면, 여배우 아르까지나는 연인 뜨린고린을 데리고 오빠 소린의 영지로 내려오는 것에서 극은 시작된다. 한편 아르까지나의 아들 뜨레플레프는 사랑하는 니나를 주인공으로 세워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꿈꾸며 공연을 선보이지만 아르까지나는 아들이 연출하는 연극이 못마땅해 공연 중 훼방을 놓고 화가 난 뜨레플레프는 공연을 중단하고 사라진다.
한편, 배우가 되길 꿈꾸는 니나는 유명한 소설가 뜨린고린에게 마음이 끌리고 이를 알게된 뜨레플레프는 갈매기를 죽여 니나에게 선물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니나는 뜨린고린을 따라 집을 떠나게 된다.
박항치 디자이너는 19세기말 제정 러시아를 배경으로 작품의 설정에 맞게 1885년부터 1890년대의 고증에 충실한 의상을 재현했다. 크리놀린과 버슬 등의 과장된 라인이 막 끝나고 새롭게 시작됐던 로맨틱하고 낭만적 의상이 중심이 었던 시대적 배경을 살렸다. 펍을 살린 과장된 소매와 레이스, 프릴 등을 사용,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 드레스를 기본 실루엣으로 잡았다. 하이네크 위에 레이스로 개더를 잡아 우아한 이미지를 살리고 케이프 슬리브 등으로 낭만적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했다.
극중 아르까지나는 여배우의 이미지에 맞게 루텍스사가 장식된 브로케이드와 레이스 등의 고급소재로 화려함을 살렸고 그 외 니나, 뽈리나, 마샤 등 각기 인물의 성향에 맞도록 캐릭터를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제작했다. 남자 배우들은 4버튼을 기준으로 레귤러핏에 밑단은 슬림한 바지로 현대화 되지 않은 1890년대 의상으로 제작했다. 소재는 1막에서 3막까지 쿨울을 집중 활용했고 파나마햇(여름용 중절모)을 씌워 여름의 적절한 분위기를 살렸다. 4막은 겨울 배경에 맞게 울 섹스니와 개버딘 등을 사용, 베스트를 이너로 입어 무대에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게 했다. 틀이 잡힌 기본형 넥타이 대신 보우타이나 스카프 모양의 네크치프와 벨트와 서스펜더를 사용, 캐주얼한 멋을 연출하기도 했다.
‘갈매기’는 김석만 연출에 김금지, 서주희, 송승환, 박지일, 김수현 등 유명배우가 출연하며 예술감독 김의경, 무대디자인 박항치 등 문화예술가들이 총출동한다. 자세한 공연 문의는 명동예술극장으로 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