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노출, 도쿄 인근 여진 영향
일본 현지에 한국산 의류을 조달하는 바잉에이전트에서 일하는 김범일 팀장(가명)은 지난 한달 반 동안 업무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일본 본사 바이어가 311 대지진 이후 방한(訪韓) 스케줄을 무기한 연기, 對日 수출 업무가 중단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통상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와 한 번에 2000만 엔 상당(한화 약 2억6000만 원)의 의류를 조달해 갔지만 대지진 이후 바이어 방문이 끊겼다”며 “4월 중순경 바잉이 재개됐지만 구매 물량은 이전의 1/5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본사의 막강한 바잉 파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이 5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11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대일 섬유류 수출이 큰 폭으로 줄고 일본 현지 소매 시장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업계는 1995년 고베 지진 당시 경제 재건 과정에서 섬유류 수요가 폭발해 오히려 수출 물량이 늘었던 사례에 비춰 이번 사태를 희망 섞인 눈길로 주의깊게 관찰해 왔다. 그러나 고베 때와 달리 이번에는 대지진 이후 수도인 도쿄 근방에서 진도 5.0~6.0의 여진이 계속되고 방사능 유출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對日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對日 섬유류 최대 수출 기업 중 하나인 A사는 이 여파로 올해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 회사 대표는 “올해 수출이 전년에 비해 10~2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사능 노출과 여진 사태의 영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의 소비 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도쿄를 중심으로 50여 개의 도매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1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Y사는 최근 들어 전 상품을 5% 인하해 판매하고 있지만 줄어든 소비심리를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도쿄 인근의 중소 도매상들은 가게 문을 닫거나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무기한 중단한 곳도 있는 것으로 언급됐다. 품목별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캐주얼 보다는 중장년층 부인복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세계적 SPA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데 그쳤지만 비 브랜드 업체들 매출은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매출이 감소, 대부분 긴축 재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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