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진윤이 지난 7월5일 파리에서의 네 번째 패션쇼를 성황리에 마쳤다. 현재 이진윤은 한국 디자이너 중 유일하게 파리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하고 있다. 이진윤은 7월1일 지식경제부와 한국 디자인 진흥원이 지원하는 포스트 차세대 디자이너에 2회 연속 선정된 패션부문의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진윤은 현재 뉴욕을 거점으로 미국시장은 물론 나아가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장기적 비전을 수립해 두고 차근차근 착실한 행보를 내딛고 있다. 무엇보다 단발적인 해외 패션쇼보다 ‘현지화’를 통해 진정한 경쟁력을 쌓아 승부하겠다는 근성을 가진 디자이너로 촉망받고 있다.
이진윤 디자이너는 2010년 1월 파리 무대에 데뷔했으며 2011년 7월 5일 네 번째 패션쇼를 성황리에 개최해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스위스 조각가인 알베르토 지아코메띠(Alberto Giacometti)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조각 작품을 닮은 실루엣을 가진 20벌의 룩을 선보였다. 컬렉션을 위해 그의 서체로 쓴 ‘얼(Esprit)’은 이번 작품에 담은 이진윤만의 에스프리를 뜻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패스트 패션에 치우친 가운데 좀처럼 도전하기 힘들어 하는 파리 오트쿠튀르는 단순히 등록비만을 내고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패션위크가 아니다. 파리 현지법인이 있어야 하고 세계적인 프레스, 바이어로부터 추천을 비롯해 이를 주관하는 파리의상조합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만 신인 디자이너로서 오프쇼 등록이 가능하다. 이러한 오트쿠튀르 캘린더에 유일한 한국의 디자이너 ‘이진윤’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것은 한국 패션계에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파리에서 온 편지
대한민국 대표 패션컨텐츠 되는 그날까지
현지화로 당당히 승부, 후배들 길라잡이 될 것
한국섬유신문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패션피플들이 그리는 이진윤의 그림이랑 또 우리 부모님께서 그리는 저에 대한 그림이 늘, 낙원은 아니지만, 저에게 있어 오트쿠튀르는 꿈이고, 그 꿈이 있기에 힘들지만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패션계에서도 최고의 패션을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있다고 인정될 만큼 자랑스런 이진윤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이진윤’이라는 개인의 명예와 꿈을 향해 달리는 것이지만, 언젠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컨텐츠가 될 수 있게 조금씩, 조금씩 미력하나마 노력하고 있습니다.
뉴욕으로 이사를 한 이래로 마리끌레르 편집장 나나가르시아와 미팅을 가졌고 향후 저의 컬렉션을 위해서 많이 도움을 주겠다는 격려와 함께 버그도프, 블루밍, 그리고 삭스 피프스 바이어 모두를 소개 받기로 했습니다. 이진윤의 옷이 하루 빨리 미국 최고의 백화점에 놓이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전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쇼를 해외에서 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이 ‘현지화’를 잘 하지 못했기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판단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직접 그들과 비즈니스 하고 세금을 내면서 진정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디자이너로 발돋움하려고 해요.
이렇게 작은 저의 초대장에도 답변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영광이고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패션에 훌륭한 본보기가 될 대표 디자이너로 명명될 수 있게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네요.
늘 건강 먼저 챙기시고 파리에서 잘 마치고 오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진윤 올림
본지 창간 30주년 기념특집호 준비로 편집국이 분주하던 6월 하순경 이진윤 디자이너로부터 파리 오트쿠튀르 컬렉션 초대장이 날아 왔다.
7월 초순 파리에서 네 번째 패션쇼를 개최하며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한국에서 뛰어난 감성과 기량을 인정받은 디자이너 이진윤은 안주하지 않고 뉴욕으로 이사해 새로운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서울컬렉션 장광효패션쇼에서 만난 이진윤은 본지 기자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뉴욕으로 터전을 옮겨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디자이너의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진윤이 파리에서의 패션쇼를 알리는 초대장은 그래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진윤 디자이너의 꿈이 소중한 것은 ‘나’보다 한국의 패션을 알리겠다는 명분있는 원대한 포부와 함께, 후배디자이너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본지 기자의 응원 메시지에 이진윤 디자이너가 보낸 답신을 함께 편집해 싣는 이유는 짧은 편지속에 뉴욕에서의 현지화와 이를 거점으로 한 패션선진국 시장 진입에 대한 의지, 외롭지만 분투하고 있는 상황이 읽혀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