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났다. 1981년 11월부터 패션에 몸 담고 일을 했으니 이제 만30년이 지났다. 그동안 느꼈던 큰 변화에 대한 몇 가지 견해를 전한다. 한국 사람들은 성격은 급한데 변화에 대응하는 준비성이나 속도는 참 무딘 것 같다. 너무 많은 자극과 외력에 무뎌진 것 인지 패션과 세계시장은 급변 하는데 아직 우리의 대응이나 대처 방법은 글로벌과 거리감이 많다. 많은 얘기 중 두 가지만 얘기 하고 싶다.
첫째, 글로벌 SPA브랜드에 대한 대처 및 분석에서 그저 많이 싼 패스트패션으로 단순하게 바라보거나 아님 그것도 패션이냐 싼 옷이지 하는 시각은 패션인의 한 사람으로 참 안타깝다. 패스트패션에서 스타일, 컬러, 소재, 가격은 논외라고 본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유행의 전파속도나 지속시간이 크게 단축돼 몇 달 전에 예측 및 예견하는 시즌기획은 유행주기의 단축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즌 중이라도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해 상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SPA브랜드와 대비 우리의 시즌기획은 예전의 구태한 방식이 아닐까. 선진화 과정에서 옷 보다는 감성 및 문화가 더 중요해지면서 패션에 부여하는 상대적인 가치나 판단 기준이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명품의 카피, 컬렉션의 변형, 타 브랜드의 카피 및 어레인지에 머문 시각에서 글로벌 SPA를 본다.
H&M이 애플, IBM, HP보다, 인디텍스가 캐논보다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것을 아는가. 한국의 패션브랜드 영업 이익률이 8% 정도 인데 글로벌 SPA브랜드 들은 영업이익률 19.5%로 IT 사업보다 이익률이 더 좋은 비즈니스로 만들고 있다.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1주단위에서 최대 4주안에 상품진열이 바뀌는데 반해 한국 패션브랜드들은 16주 정도에 상품이 바뀌는 현실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바랄 수 있을까. 그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준비하고, 운영 하는지를 먼저 보았으면 한다. 왜 그렇게 빠른 생산 텀이 가능한지 등등.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시스템 분석과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마인드가 다르다는 생각이다. 둘째, 생산에 대한 투자를 아낌없이 했으면 한다. 많은 프로모션 업체들은 단가가, 생산코스트가 맞지 않아 해외 생산을 한다고 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먼저 국내에서 최선은 다 했는가 묻고 싶다. 그저 인건비만 따지고 깊지 않은 계산을 한 것은 아닌지. 생산인력, 교육에 대한 투자, 자동화 설비나 시스템 개발에 대한 관심, 그저 미싱사에 머무는 생산인력에 대한 호칭 등등.
앞으로는 생산 인프라를 국내에 갖지 못한 패션은 존재 할 수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본인도 MD 출신이지만 이젠 기획, 디자인, 영업보다 선행될 것이 적기에 구현될 수 있는 합리적 밸류의 생산 인프라다. 생산 없이 무엇을 구상 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미싱사라 부르는 현실에서 젊고 미래를 바라보는 생산인력이 수급 되겠는지, 미싱사가 아닌 MAKING ARTIST 라고 불러주는 일본에게 우리가 배울점은 없을까?
얼마 전 이런 자료를 봤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변화를 멈추기 때문이라고. 한국 패션은 늙지 않았는지 모두 반문해 볼 시점이다. 지금이라도 기본 시스템을 바꾸고 젊은 인력을 키우고 생산 인프라에 투자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우대하는 등 변화해야 늙지 않는 우리가 되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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