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인데도 섬유경기는 봄이 봄 같지 않고 차가운 냉기류만 흐르고 있다.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봄 향기를 만끽하기도 전에 다시 고개를 숙여야 할 형국이기도 하다.
섬유산지 대구경북 지역의 3월 경기 기상도다. 3월 중순 현재 대구경북 섬유산업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평균 50~60%대의 오더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거대 소비시장인 유럽이 소비자 동향에 편승해 직물 소싱량을 반토막 냈고 미주지역도 전년 대비 20~30% 줄이고 있는데 따른 직격탄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대표 직물 기업들의 행보가 이 같은 흐름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한탄 섞인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그래도 3월 경기가 어디 가겠냐는 듯 내 공장 가동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외주물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임 생산기업들이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릴 정도가 돼 버렸다.
사이징 류, 면, 화섬복합 교직, 나일론 박직류 등 대구경북 지역 대표 품목들이 맥없이 주저앉고 있다. 유럽, 미국 발 먹구름이 춘삼월의 대구경북 섬유산지를 뒤덮고 있다. 홍일점이랄 수 있는 강연, 감량 폴리에스터 직물만이 선방하며 체면을 살리고 있을 뿐 잘 나가는 아이템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 같은 흐름을 간파하듯 이미 발주한 오더마저 수량과 컬러를 수시로 바꾸는 해외 바이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염색 컬러로 트집을 잡아 오더를 취소하거나 클레임을 제기하는 바이어들도 있다는 점이다.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 3월의 시장흐름이다.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국내 섬유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 유사한 흐름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비 반토막 오더로 연명하고 있을 겁니다.” 한 중견 수출기업 대표가 진단하는 시장 흐름이다.
그는 3월 물량 흐름에 비추어 봄 성수기가 생각보다 일찍 끝날 수 있음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만큼 수출시장 시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인 4~5월 성수기마저 기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년 대비 오더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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