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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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산기지에서 ‘최대 명품소비국’

19조1600억 원 소비 세계 28% 비중 차지
유럽 브랜드들 현지화 전략 각축전 치열

한국시장이 글로벌SPA의 각축장이 됐다고 긴장하며 끊임없는 ‘방어태세’만 갖춰서는 안된다. 좁은 한국을 벗어나 가까운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마켓을 체계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점이다. 안팎으로 이리저리 치이면서 쌓은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할 때다. 최근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 신흥국은 이제 섬유, 패션의 ‘생산기지’에서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지금 명품브랜드 보유국들의 먹잇감으로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미 중국은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소비에 열을 올리는 한편, 아예 명품브랜드를 사들이거나 내부적으로는 내셔널브랜드의 육성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은 잘 알려졌다시피 대표기업으로 이랜드가 명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현지 유통을 장악하고 있으며 보끄레머천다이징을 비롯한 여성복 기업들과 대기업사들의 행보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현재 직접 혹은 대리상을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한 소위 ‘제도권 브랜드’는 약 60여 개로 알려진 가운데 동대문, 디자이너브랜드 등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상당한 수업료를 치르고 진출과 복귀를 계속해 온 한국의 패션브랜드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도 해외브랜드는 무조건 ‘명품’이란 인식을 탈피했다”며 “한류 등의 붐에 편승해 차별화 전략없이 명품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컨디션별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무엇보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즉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해외마켓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신흥부자들 소비력 막강
지난해 중국시장에서의 명품수요는 46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71억 달러는 명품쇼핑을 선호하는 부자들이 해외에서 소비한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배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지난해 명품 소비규모는 129억 유로(한화로 약 19조1600억원)이며 이는 세계명품 시장의 28%에 해당하는 놀라운 액수이다.

중국 월간 신차이푸(新財富)는 중국의 명품 시장을 집중 분석하면서 지난해 중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5%성장한 126억달러(약14조 2300억 원)라고 밝혔다. 세계명품협회는 이는 개인 항공기와 요트, 자동차를 제외한 액수로 세계 명품 판매액의 28%를 차지한다며 사실을 입증했다. 중국의 명품 구매 층은 유럽보다 15세, 미국보다 25세나 젊다.

트렌드 인 코리아의 이은희 대표는 최근 강연에서 “중국은 2006~2009년 인터넷 상거래가 4배나 늘어났으며 특히 45세 이하가 전체 명품소비층의 80%를 차지할 만큼 젊은 신흥부자들의 소비력이 막강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30%, 일본의 19%에 비교할 때 젊은 명품소비층이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은 현재 상류계급의 75%가 2015년까지 중심도시 밖에 거주할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도심에서 경제 급성장기에 돈을 번 상류계급이 주변도시와 교외의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

즉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역에 걸쳐 소비 층이 확산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국은 세계 명품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으며 아예 근거지를 현지로 옮겨가는 유럽의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홍콩에서 최초로 ‘프라다’가 주식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액세서리 브랜드 ‘코치’를 비롯 3개의 명품업체가 홍콩에 착륙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중국을 본격적인 근거지로 공격영업을 펼칠 태세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유럽의 명품기업들은 “중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부른다. 이제 유럽의 부호들은 최고급 주택과 자동차, 귀금속을 선호한다. 아직까지 의류와 핸드백, 가방, 시계, 향수 등에 열광하는 중국이야 말로 유럽명품 기업들이 자국의 부진을 털고 있어날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이렇게 되자 ‘오리지널리티’만 고집하던 유럽의 명품들은 몸을 낮추고 현지인들의 비위맞추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DNA’까지도 바꿀 태세다.

‘디올’, ‘샤넬’ ‘끌로에’등은 10여년전 일본에서 그랬듯이 ‘중국만을 위한 한정판’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샤넬’은 중국인들이 빨간색상을 선호하는 것에 착안 ‘차이니즈 백’을 아예 별도 기획했다. ‘휴고보스’는 모든 아이템에 ‘보스 블랙 드래곤’을 새겨 한정판으로 선보였는데 미국의 화교 종이 공예 아티스트 Li Baoyi와 설날분위기를 살린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를 했다.

또 용의 해 스페셜 에디션 예술전까지 개최할 정도였다. ‘베르사체’ 역시 금용을 손자수 한 주얼리 장식 핸드백을 선보이는 가 하면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빨간색바탕에 전통자수 기법으로 금용을 새겼다. 심지어는 ‘리바이스’의 ‘데니즌’도 중국에 맞는 사이즈와 웨어링 핏을 개발해 현지밀착 영업에 들어갔다. 이은희 트렌드 인 코리아 대표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글로벌과 로컬라이제이션의 합성어)이야 말로 중국시장에 맞춘 현지화에 중요성을 대변해 주고 있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보끄레머천다이징의 이만중 회장은 “중국시장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며 “무엇보다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는 시각에서 출발해야 하며 철저한 현지화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럽의 명품들이 중국소비자들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것처럼 한국 역시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틈새 ‘잠재욕구’ 공략
중국시장에는 이미 명품으로 넘쳐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제 ‘판별력’이 생겼다. 무조건 해외브랜드라고 해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들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은 명품으로 가득찬 치열한 격전지가 됐고 이미 진출해 있는 한국브랜드를 제외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면 철저하게 ‘틈새마켓’을 공략해야 한다. 잠재된 소비욕구를 충족시킨다면 한국입장에서도 중국은 역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으며 범위는 넓다는 것이다.

명품과 중가대의 틈새 ‘중고가 아동복’ 마켓을 공략해 연간8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트윈키즈’의 문일우 대표는 “한류로 인해 ‘한국은 곧 패션트렌드에 강하다’는 인식이 중국소비자들에게 팽배한 만큼 해외명품과 경쟁하지 않고 유행을 잘 접목하면서 고품질의 제품을 중산층 주부들에게 어필해 성공을 거둘수 있었다”고 성공사례를 밝힌바 있다. 무엇보다 정확한 ‘글로벌스탠다드’ 전략을 수립해 자사 브랜드의 컨디션에 맞춰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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