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심사기준 설정, 육성·투자실현 기대
소액지원에도 서류절차 너무 까다로워
신진들이 공동의 목표와 꿈을 향해 뭉쳤다. ‘오더히어’라는 공동브랜드이자 편집샵을 다섯명의 디자이너가 오픈했다. 동대문 피트인 5층에 샵을 낸 다섯명은 현업의 경력과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시회와 진출도 다섯 개의 브랜드가 융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진행자 :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맞닥뜨린 어려움이 어떤 것이었나?
▶장기석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실무’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 매장을 방문한 싱가포르 바이어를 믿고 수출을 시작했는데 달이 지날수록 미수금이 늘어났다. 매달 5만 불씩을 받기로 하고 거래를 시작했고 몇 달은 꼬박꼬박 지불을 하더니 달이 갈수록 미수금이 늘어났다.
답답한 마음에 무역협회를 찾아가 상담을 했는데 무역에 필요한 계약서부터 서류작성 등을 철저하게 하지 않은데 따른 법적인 권한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뒤로 무역실무도 배우고 세미나나 교육과정이 있으면 꼭 찾아가면서 듣는다. 각종 지원에 대한 공고가 있을 때마다 해당 기관이나 시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담당자들이 패션에 대한 개념정립은 물론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다.
▶진세화
장기석 실장의 말에 공감한다. 디자이너가 대부분 1인 기업이다 보니 디자인하고 생산업무를 하기도 벅차다. 그러다 보니 모든 실무를 익히기도 벅차고 전문가를 직원으로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진디자이너들이나 막 사업을 시작하는 1인 기업인에게는 해외전시 참여나 오더를 수주했을 때 실질적 마케팅 실무지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또한 이에 관한 사항들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면 일반 에이전시비용 보다는 수수료 절감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장기석
디자이너 개인이 사업을 할 거라면 본인도 실무에 대해 알아야한다. 디자이너 교육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홍보가 부족한 지 참여도가 낮아 소멸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공고하고 실시만 할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에게 이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도를 인식 시켜주고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윤정연
디자인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한다. 시장성을 정확하게 보고 사업계획서도 쓰고 상업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요즘 신진디자이너가 한 번에 생겨나고 갑자기 없어지는 현상은 패션 디자이너 서바이벌 같은 방송프로그램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학생들이 그 방송만 보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달려든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예산적인 부분도 꼭 생각해보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사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사업까지는 관심없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디자이너로서 마켓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라는 서바이벌 개념에서 정확한 타겟설정, 즉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하는 의상을 기획해야 한다는 개념부터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진행자 : 1인 기업가이자 디자이너로서 절실한 지원은 어떤 것인가? 또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장기석
저 같은 경우 ‘디자이너’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ENK 모드 상하이에서 만난 미국 바이어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가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다며 컨셉과 기획의도, 원하는 디자인, 라벨 까지 하나하나 보여주며 설명했다. 자신이 디자인하는 제품과 함께 걸맞는 컨셉의 다른의상을 소싱하고 싶다고 했다. 이 사람은 비즈니스 하는 스케일부터 달랐다. 어떤 것이 진정한 디자이너로서 자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장희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준비해 맨 땅에 해딩한 거나 다름없었다. 브랜드사에서도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했고 프로모션도 해오며 많은 브랜드 제품을 기획했다. 그러나 사업은 달랐다. 일일이 공장과 영업현장에서 부딪혀가며 배웠다.
회사에서 나와서 보니 그동안 알고 있었던 정보들은 한정적이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열리고 있는 다양한 페어를 비롯해, 마켓을 넓혀갈 기회는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정보가 풍부하지 않아 이런것들을 사전에 알지못해 많은 시행착오와 기회를 놓쳤다. 디자이너들은 한정된 정보 외에도 끊임없이 이런 과정을 알아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정부나 기관에서 멘토링할 때 이러한 점도 철저하게 조사해서 정보를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기석
디자이너로서 사업을 할 때 필요한 기본 정보에 대해 패션협회에서 수업을 들은 적 있다.
일본 같은 경우는 모든 기업의 운영체계를 공개한다.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큰 카테고리와 일부라도 다 공개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공개 자체를 막고 너무 폐쇄적이다. 한마디로 정보공유의 문제다.
▶진세화
세계적인 패션페어에 가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일본관에 비해 한국관은 너무 조촐해 민망할 정도이다. 마치 99칸 기와집에 1칸짜리 초가집에 비유한다고 할까? 일본은 1인 기업이라도 재능과 가능성만 있으면 상당한 지원을 해 준다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원에 있어 형식적인 것에 초첨을 두는 관행이 많아 사실상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여러명이 나오면 백만 원씩 나눠주고 지원했다고 생색내는 경우가 많고 절차는 까다롭다.
▶장희주
지원을 한 번 받기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았다. 그 서류를 준비 하기위해 15일이상 너무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럼 대체 디자인은 언제하고 국내 비즈니스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좀 더 간소화해서 명실상부한 시간적 투자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희연
신진디자이너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옷을 소량으로 생산 할 수 밖에 없는데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대량생산을 해야 한다. 지원을 받으려 하면 말은 신진디자이너 지원이라 하면서 정작 뽑는 대상은 경력과 재무재표 모두를 따진다. 신진이 그런 것들을 체계적으로 갖출리 만무하지 않은가?
▶장기석
지원심사를 할때 디자인전문가, 투자전문가, 마켓전문가들이 참여해 디자이너의 1대 1 면접을 했으면 좋겠다. 재능과 노력, 가능성을 인터뷰하고 투자하는 개념이었으면 한다. 사실 심사를 통과할 정도면 웬만큼 갖춘 디자이너여야 하는데 그러면 성장가능성이 있는 디자이너의 경우 기반을 닦기가 너무 힘이 든다.
이번에 컨텐츠진흥원의 신진디자이너 지원 사업 설명을 들으면서 괜찮다고 생각한점이 있다. 지원을 원하는 디자이너가 지원받아야 할 예산을 미리 짜서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소싱은 지원이 안된다. 그러나 국내 원단 구입하는 건 지원이 된다. 옷 한 벌 나올 절차를 자기가 계산해서 짤 수 있다. 물론 복잡한 건 사실리지만, 그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취약한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윤정연
제너레이션 넥스트 심사할 때 가장 먼저 학력부터 이야기하는데 왜 필요하나 모르겠다. 아무래도 해외 유학파는 처음부터 좋은 인식을 주면서 스타트하는 것 같다. 학벌과 재능, 그것보다 시장성을 읽는 것과 노력의 문제는 또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장희주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는 말로는 학력타파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현업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그런데 강사를 구할 때 도 학교 어디나왔느냐고 물어보고 석·박사출신이냐고 물어본다. 석·박사출신이 아니라고 하면 그 조교가 다시 전화를 해서 확인하곤 한다. 실무경력과 실력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윤정연
기준이 국내파·해외파로 나뉘어지고, 해외파라면 시선이 집중된다. 언론에 이용하면 얼마나 뜰까, 써먹을까 하는 식으로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사업가치로 보는것 같다. 일단 아시아는 배제하고 그 다음에 보는 게 집안에 재력이 얼마나 있냐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제조업은 돈이 들어가는 문제니까, 그런데 그것이 지원과 선발의 판단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 그분들이 심사를 할때마다<그분 아드님 S.M을 나왔다> “몇 회 졸업이니?” 물어온다. 그럼 거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참가는 통과되는 것이다.
▶장기석
학력이라는 것이 국내에서만 판단기준이 되는 것이고 해외에 나가서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려면 기성도 신진도 실력으로 튀고 감각이 있어야 한다.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신진들은 선생님들 만큼의 라인 형성이 안 돼 있는데, 우리도 빨리 기반을 구축하고 세컨 제너레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홍콩의 블루프린트도 조그만 기업들이 모여서 공동의 프로젝트를 실현해 가고 있다.
▶진세화
어제 코리아 패션위크의 갈라쇼와 독립쇼 등을 심사하는데, 독립쇼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최정복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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