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피왕코리아 “中 도매시장에 한국 의류 공급”
한·중 FTA는 기폭제…봉제산업 활로에 전기 마련
내수 활로가 막힌 국내 봉제 공장들이 對中 생산기지로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K패션을 탑재한 한국 의류를 중국 도매시장에 판매하는 직루트가 뚫려 사활의 기로에 놓인 국내 봉제산업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내년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FTA 타결과 맞물리면서 원산지 규정에 의해 한국 원단에 한국 봉제 기술이 접목된 100% 한국 의류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선보이면서 관련 산업에도 큰 활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절강성 항주의 왕피왕과기유한공사(회장 곽우)는 지난 9월28일 한국 기업인 코리아드림엡스(KOREA DREAM APPS)와 합작해 왕피왕코리아 법인을 출범시키는 내용의 MOU를 맺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의류를 중국 시장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中 왕피왕은 작년 8000억원에 이어 올해는 1조8000억원 매출을 바라보는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의류 온라인 B2B 전문 기업이다. 중국 전역에 100만여개에 이르는 도소매상을 확보하고 있고 항주에 온라인 의류만 유통하는 전문 도매상가 및 ANTLP, PLOVER 등 브랜드와 6000여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는 유력기업이다.
왕피왕은 한국 의류 판매 활성화를 위해 이미 자사와 거래하는 중국 전역의 500여개 대(大)도매상과 한 곳당 초도물량으로 1억원 가량의 한국 의류를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MOU를 체결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만 최소 500억원 이상의 한국 의류가 중국 도매시장에 공급된다는 얘기다. 회사측은 참여 도매상을 계속해서 추가해 조만간 5000여개까지 숫자를 늘릴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중견 패션사인 S사, D사 등과 구체적인 의류 공급 실무 협의를 진행중이다. 또 값싸고 양질의 의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동대문 일대의 봉제공장 수십곳을 확보해 여기서 생산한 의류를 자사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키로 했다.
코리아드림엡스의 모회사인 에니원F&C 관계자는 “동대문 시장(봉제 공장)의 빠른 트렌드를 중국에 직접 적용하는게 이번 사업의 취지”라며 “이전 방식과 달리 정식 통관으로 한국 제품을 수입할 계획이어서 한·중 FTA가 타결되면 사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봉제공장이 중국 도매 (또는 소비) 시장에 직접 의류를 팔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 상가에 동대문 도매 상인을 유치하거나 온라인 사이트에 입점시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은 많았으나 대부분 구체적인 실행방법에서 문제가 생겨 실제 성공까지 이른 사례는 거의 없었다. 사업 주체인 중국 기업의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해 부동산 임대 수수료를 떼먹는 방식이어서 신뢰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피왕은 한국에 사업 실행을 위한 합작법인을 만들고 이곳에서 디자인 제공은 물론, 물류와 통관까지 대행한다는 계획이어서 실제 한국 참여 기업들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니원F&C는 “봉제 공장들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영세 봉제공장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금융을 제공하는 방법도 중국 왕피왕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봉제공장은 봉제용 원단이 들어오면 작업을 시작하면서 30% 정도의 선수금을 받아 왔는데 수출의 경우 물건을 선적하기 전에는 대금을 받을 수 없어 해외 수출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왕피왕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식 거래 관행에 따라 봉제공장에 최대 50%의 선수금을 주는 방법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봉제산업협회(회장 차경남)와 왕피왕코리아는 지난 11일 동대문 유어스빌딩에서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협의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약 25명의 봉제공장 사장들이 참석했으며 왕피왕은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 이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양측간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한편 왕피왕과기무역공사는 지난 9월11일에는 동두천시와 ‘섬유봉제 사업교류 및 무역교류 협약’을 맺는 등 한국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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