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1일 이후 보름째 1030원 대…달러당 41.3원 날아가
오더 가격 환율 추락 ‘3중고’ …성수기에 눈 뜬 채 경영난
“3개월 만에 환차손만 4130만 원에 이릅니다. 마진이 거의 없다시피 한 오더를 공장 가동비만 건진다는 심정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했는데…. (환차손 때문에) 눈뜨고 적자를 당하니 한숨만 절로 나옵니다.”(K텍스타일 K사장)
K사장은 지난 1월 28일 미국 바이어로부터 100만 달러 규모의 직물류 수출오더를 받았다. 네고 날짜 4월28일 기준으로 3개월짜리 오더였다. 오더를 받은 1월28일 환율은 달러기준 1078원. K사장은 선적을 끝낸 뒤 4월 23일 네고 준비를 하다 화들짝 놀랐다. 이 날 달러당 환율은 1037.70원. 오더 진행에 나선지 3달 만에 4000만원이 넘는 적자를 고스란히 안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섬유업계가 환차손 때문에 초비상 사태다. 대부분 수출오더를 진행하다보니 올 들어 K사장 같이 손 놓고 환차손을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마진을 확보해 오더를 진행한 경우 환차손 데미지가 덜 하지만 마진 전부는 당장 포기해야할 판이다.
이는 다행한 경우다. 하지만 섬유업체 대부분이 가격을 쥐어짠 마른 오더에 목매는 경우가 많다보니 K사장 같은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4월9일 달러당 1050원 대가 붕괴되고 4월11일 1040원 대가 뚫리는 잔인한 4월의 환율 급락세가 많은 섬유업체를 옥죈다.
4월11일 1040원 밑으로 떨어진 환율은 근 보름 가까이 1030원 대에서 횡보현상을 거듭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1월말과 2월 초반에 걸쳐 오더를 받은 수많은 섬유업체가 네고시점을 앞두고 적자경영에 한숨을 토한다.
매년 인건비 전기료 등 고정비는 득달같이 오르는데 오더 가격은 제자리걸음만 걷는다. 여기에 4월의 환율급락세, 환차손 데미지가 뒤따랐다. 만약 원부자재 결재수단이 원화비중이 절대적이라면 최근 환율 급락세는 치명상이라 할 만하다. 섬유업체마다 환차손에 우는 이유다.
수출 성수기를 맞아 환율 급락 악재가 섬유업계를 뒤흔든다. 시즌은 성수기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세계경기가 그만큼 부진한 탓이다. 경기가 나쁘니 오더 건수 또한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
설상가상 올린 가격으로 오더를 내는 바이어는 찾기가 쉽지 않다. 가격 인상에 나서려하지만 바이어의 거센 저항만 부른다. 대부분 오더가 받는 즉시 적자다. 자칫하면 한해 농사 거덜 낼 판이다.
섬유업체마다 떨어진 환율에 울고, 마른 가격의 오더에 울고, 예년보다 못한 바이어 주문량에 운다. 1030원 대로 급락한 환율은 당분간 거의 요지부동 상태다.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매년 성수기를 시작하는 4월. 올해는 섬유인들 가슴에 환율 급락 파문을 각인시킨 채 깊은 한숨과 함께 잔인한 4월이 막을 내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