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홍콩의 대표 이미지로 홍콩 섬과 구룡반도의 화려한 고층 빌딩 야경을 떠올린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그 화려함에 환상적인 연출이 더해지면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는 홍콩번화가의 VM 현장을 다녀왔다.
매년 홍콩의 크리스마스 VM을 조사해오면서 접하게 되는 여러 쇼핑몰들의 연출에서는 독특한 테마를 확인하게 된다. 대부분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테마이면서 동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은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종종 동화나 만화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일상적인 삶을 정겹게 풀어나가는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테마연출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을 유도하기 위한 VM 전략에서 나왔다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홍콩의 여러 쇼핑몰에서 그런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침사추이의 럭셔리 쇼핑몰 ‘1881 헤리티지’에서는 대형의 초를 제작하고 그 사이로 얘깃거리를 전하는 피터팬과 요정 팅커벨들을 연출하면서 동화의 세계를 펼치고 있었다. 우뚝우뚝 서 있는 대형의 초들과 성탄장식 트리를 구경하려는 인파들로 붐벼 사진촬영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명품샵들이 즐비한 ‘더 랜드마크’와 ‘퍼시픽플레이스’에서는 인간 삶을 정겹고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연출 장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더 랜드마크’에서는 보이드(Void)공간에 대형의 열기구를 띄우고 그 밑으로 소형의 도시를 제작하였는데, 다양한 생활 연기를 해내고 있는 깜찍한 인형들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관광이나 쇼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들, 연거푸 키스를 해대는 데이트 족, 전철역이나 공원의 사람들…. 상황에 따라 손, 발, 얼굴이 움직이는 패브릭 인형들의 움직임을 찾아보려는 많은 고객들이 멈춰 서곤 했다.
‘퍼시픽플레이스’에서는 유럽의 가족 이미지를 담은 크리스마스 연출로 유럽마을의 거리를 재현해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표현했다. 쇼핑몰 동선 곳곳에서도 그 마을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실제 크기의 인형들을 사실적으로 연출했다. 상품을 걸친 마네킹보다 영화 같은 장면들을 제안함으로써 고객들이 수 백 년 전 유럽의 한 마을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강한 인상을 남긴 VM 현장이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홍콩 크리스마스 VM현장에서 두드러지게 발견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소는 대부분의 쇼핑몰들에서 BALL 형태의 오너먼트를 모티브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왜 이런 평범한 소재가 공통적으로 발견되는지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가는 곳마다 BALL 형태의 오너먼트를 중심으로 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었고, 트리장식에서도 볼을 주로 사용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몇몇 예를 들어 소개하자면, ‘타임스퀘어’의 대형 스노우볼 위에 눈에 띄도록 노란색 꼭지를 달아 오너먼트의 형태와 합쳐놓았고, 건물 외부에서는 황금색의 볼 자동차를 운행하기도 했다. ‘리가든’에서는 대형 은색 볼 장식을, ‘하비니콜스’의 쇼윈도에서는 투명 볼 제작물들이 시리즈로 연출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몇몇 사례를 통해 홍콩의 올 크리스마스 시즌 VM현장과 연출상의 특징들을 소개했다. 홍콩의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층의 고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흥밋거리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동심을 자극하는 경향의 VM 전략이 확연하다. 이런 점은 세련미를 추구하는 국내 경향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부분이다.
한편 스케일과 비용 투자 면에 있어서는 국내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것을 해마다 확인할 수 있어서 부럽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VM전개의 시기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보다 약간 늦은 감이 있다고 본다(IFC 몰에서는 필자가 방문 중이던 11월 말에도 설치작업 중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해마다 매출이 온라인 쇼핑에게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모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된다.
VM연출은 다분히 상업적 목적의 전략이지만, 고객을 들뜨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가능한 하나의 문화이고, 또 애써서 지켜나가야 할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홍콩VM 현장에 엄청난 비용투자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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