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P는 21세기 한국패션 생존전략”
伊 중심 디지털 시스템 타산지석 삼아야
“이제 남은 것은 DTP(디지털텍스타일프린팅)뿐입니다.” 강은영 유한디자인인력개발원 교수는 21세기 한국패션산업의 생존전략을 ‘DTP’에서 찾았다.
90년대 이후 텍스타일 산업은 이태리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DTP는 작업 시간과 인력 단축뿐 아니라 컬러 변경과 부분 수정이 가능해 기존 날염에서 시도할 수 없던 디자인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단시간 내 소량 생산 가능한 점이 패션산업 흐름과 맞아떨어져 선진국은 이미 DTP가 활성화됐다. “텍스타일프린트 시장 70% 이상을 석권한 이태리는 DTP기계를 활용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해요. 세계 날염시장 2위인 중국은 정부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몇 년째 ‘도입’ 단계에 정체돼 있어요.”
이태리 마랑고니에서 동양인 최초 겸임교수로 활동하던 강 교수는 현지로 찾아온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권유에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애국하셔야죠’ 그 한 마디에 고국으로 돌아가 ‘내 나라’ 학생들을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이태리 현장 곳곳을 살펴보며 ‘섬유·디자인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강조하던 문국현 전 사장의 비전에 깊게 공감했어요.”
노동부와 유한킴벌리의 ‘패션인재양성프로젝트’에 합류한 강 교수는 귀국 후 6개월 동안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유한디자인인력개발원’은 유한킴벌리가 DTP 신기술을 보급, 섬유디자인 발전 및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기관으로 교재 및 교육비 전액과 80시간 이상 교육 시 최저임금까지 지원된다.
강 교수는 트렌드 분석과 디자인 개발을 거듭 강조했다. “베끼기에 익숙하고 예술성에 얽매인 학생들에게 ‘작품’이 아닌 ‘상품’을 만들라고 강조합니다. 마랑고니는 실무경험이 없으면 교수 자격조차 주지 않습니다. 패션비지니스에서는 트렌드 분석력, 현장 경험이 최우선입니다. DTP를 ‘기술’로 치부하고 단기간 내 수익 창출을 위해 카피만 일삼는 현실 개선도 필요합니다. 외국은 디자인 한 장에 1000달러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지만 한국은 4~5만원대도 비싸다는 반응이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강 교수는 “PC방, 비디오방처럼 ‘디자인방’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PC방에서 프린트하듯 생활 속에서 디자인을 개발하고 실제로 뽑아볼 수 있다면 ‘실력 있는 아마추어’들을 전문가로 양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소박한 바람을 덧붙였다.
“텍스타일디자인은 제품 완성도에 있어 역할은 크지만 이름이 드러나진 않아요. 이제껏 그래왔듯 묵묵하게 텍스타일디자이너 외길을 걸어가면서 한국패션산업에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