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대화합 선봉, 태광 직기사태 마무리
국내 섬유산업을 이끌어온 섬유기업(특히 직물). 제조 특성상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과거 전통방식의 제조에서 첨단 설비로 고급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섬유(직물)는 중소기업들의 전유물이 돼 버렸다.
부가가치가 비교적 높은데다 히트아이템 하나, 둘만 나오면 반석에 앉는다는 공식까지 나올 정도다.
대기업들은 대다수 원사를 생산, 중소기업에게 공급하는 입장이어서 제직 영역까지 확대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태광산업이 화섬 직물을 생산하기 위해 첨단 직기 600대를 증설하겠다고 나선 것. 이 소식을 접한 대구경북 섬유산지 단체 및 중소기업들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중심에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이사장 이의열)이 있었다. 단체와 기관이 대화합을 이끌어내 한 목소리 힘이 최고조에 이른 때였다. 연일 긴급회의와 대책회의를 갖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원칙으로 한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청, 동반성장위원회 등 대정부 창구를 통해 대구경북 섬유산지 생존권을 놓고 대기업의 직기증설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이런 일련의 고통과 힘든 과정에서 이의열 조합 이사장과 이동수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장, 윤성광 대한직물공업연합회 회장이 선두에 섰다.
6개월 남짓.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태광산업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내세워 당초계획에서 후퇴, 기존 보유하고 있는 노후 직기만 개체(400대)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막을 내렸다.
중재에 나섰던 중소기업중앙회 유광수 동반성장 실장은 양측 합의안을 도출해 낸 직후 “대 ·중소기업 공생 의지와 중소기업의 심각한 생산 인력난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합의 이후 오랜만에 봅니다. 조합 역할과 하나된 목소리가 큰일을 해낸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업계가 어려울수록 조합 일이 많아지게 마련이지요. 이런 일은 중소 섬유기업 모두의 현안이자 생존의 문제 아닙니까? 다행히 태광 측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결단을 내려줘 고마울 뿐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가 양측의 입장을 고려한 다각적인 방안모색에 힘써줘 감사드립니다.”
▶이 같은 사례가 향후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기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만.
“그래야겠지요. 각자 본연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때 산업의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중소기업이 각자 영역에서 상호 존중하며 성장, 발전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공동구매 사업을 통해 레이온 가격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물동량의 안정적인 흐름에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이온 사는 98%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해옵니다. 매월 50~100톤 규모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시중 가격 대비 6~8%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지요. 조합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합니다. 수혜를 보는 회원사가 연간 140~150개 업체에 이르는 점도 고무적이고요.
조합이 원자재 물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화섬사 및 특수사도 취급할 계획으로 준비 중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회원사들이 공동 구매사업 품목을 활용하길 기대합니다.”
▶지난해부터 제직기를 비롯 설비 도입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를 맞춰 수입 설비에 대해 일정부분의 관세 감면이란 큰 선물을 조합이 관계부처와 협의해 만들어 냈습니다. 설비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기업들이 매우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 인데요.
“2007년을 기점으로 대구경북 섬유산지 설비가 바닥을 다지고 증가 추세 아닙니까.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 관세면제 혜택은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한해서 수입관세(직기) 8% 중 40%를 면세 받았고 올해는 30%를 면세 받게 됩니다. 또 내년 20%, 2013년에는 10% 관세혜택을 끝으로 정책이 끝나게 됩니다. 후속 대책을 관세청 및 관계부처와 마련해 나갈 계획으로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그동안 조합을 중심으로 대한직물공업연합회, 섬산련과 공조해 관세혜택 정책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후속 정책은 섬산련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국 단위라서 그렇습니다. 섬산련에서 한 단계 발전된 정책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세면세 대상 설비를 회원사들이 다 알고 있습니까.
“홍보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고도 기술을 요하는 설비 중 국내 생산이 없거나 미흡한 설비 중 수입이 불가피한 설비에 대해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요. 예를 들면 가연기, 분사기, 래피어, 에어제트 룸, 워터제트 룸 등입니다.”
▶중소 섬유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또 하나 마련했지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입니다. 큰 일을 또 하시는 것 같은데요.
“전국에서 동반성장 위원회에 현재 신청한 20개의 섬유품목 중에서 우리조합에서는 4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했습니다. 화섬직물 중 순 합성섬유직물, 혼방합성 섬유직물, 호부, 원사가공사 등입니다. 7월말까지 동반성장 위원회가 타당성 용역을 거쳐 9월경 최종 결과를 발표하게 됩니다. 원안대로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상되는 기대 효과는 어떻게 보십니까.
아시다시피 신청한 4개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제도권에서 입체적인 혜택과 지원을 받게 돼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기업들의 진출을 제한하거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등 지원책이 상당할겁니다.”
▶대구경북 섬유산지가 의류용 중심에서 산업용 섬유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정책도 나와 있고요. 그러나 정책 흐름과 기조에 혼돈을 빚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만.
“잘 될 겁니다.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지만 정부가 알아서 잘 하리라 봅니다. 분명한 것은 섬유집산지인 대구경북이 의류용 중심의 직물생산을 유지하는 가운데 특수 산업용 섬유로 전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구조로 변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