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브랜드 리뉴얼·세컨 라인 런칭도
독보적인 감도와 앞선 발상으로 디자이너 슈즈 붐을 일으켜 온 ‘슈콤마보니’가 10주년을 맞았다. 최근 자리를 옮긴 성동구 성수동 2가의 빌딩 10층은 창 밖으로 한국 제화의 메카 성수동이 한 눈에 들어와, 1세대 한국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의 미래까지 환히 내다보일 것 같다. 선명한 타이포그래피로 꾸며진 흰 벽을 배경으로 선 이보현 이사는 브랜드 런칭 10주년을 맞아 여느 때보다 더 젊고 경쾌한 느낌.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브랜드가 나이를 먹어서는 안 되기에, 스스로 과장된 디자인과 지나친 우아함을 경계하고 있다”는 단호한 말에서, 트렌드를 리드하는 디자이너의 감각과 브랜드 수장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2003년 2월 슈콤마보니 런칭 이후 10년이 지났고, 2012년 겨울에는 코오롱FnC와 손잡았다. 지난 10년 동안과 최근의 큰 변화를 겪은 기분은 어떠한가.
처음 슈콤마보니는 브랜드가 아니라 매장으로 시작을 했고, 내가 신고 싶은 디자인을 제안해 소비자를 리드하고자 했다. 그런데 어느 새 매장 숫자가 늘면서 디자인보다는 매출에 신경을 쓰게 됐고, 사업부를 조직해 각 부서를 조율하고 운영하는 것만도 빠듯해졌다. 슈즈를 디자인하고 샘플 나오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는데, 언제부터인지 디자이너로서 경영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회의감이 들 때쯤 코오롱의 제안이 있어 9개월 전 받아들였고, 브랜드 내실을 다지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기회가 됐다.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었다. 런칭 당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방영 되면서 ‘슈즈 홀릭’이라는 말도 전파됐고, 빈티지 스타일의 진에 화려한 색상의 하이힐을 매치하는 스타일이 히트했다. 10년 전의 슈콤마보니는 그러한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해 차별화된 제품으로 화제가 됐다. 기성 브랜드들에서 흔하게 보여진 블랙 컬러가 없었고, 8cm 이하의 굽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중성적이고 활동적인 옷과 레깅스, 그에 어울리는 신발이 트렌드가 됐다. 나 역시 그러한 동시대의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 변화를 의식하고 워커나 하이탑 운동화도 선보였다. 공효진, 문채원, 송혜교 등이 신은 슈콤마보니 워커들이 히트했는데, 워커를 신은 그녀들 역시 10년 전과 스타일이 많이 변했다.
-하이힐 매니아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워커나 캐주얼한 하이탑도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어떤 디자인이나 기술 개발을 하고 있나.
우리 제품이 편한지 어떤 옷과 어울릴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 워커나 하이탑 운동화도 즐겨 신는다.  공효진 워커를 만들고 1년을 신었고, 문채원 워커도 4개월 정도 꾸준하게 신었다.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신발도 우리 스타일로 재해석 하기 위해 신어 보면서 고민하기도 한다.
앞으로 하이힐 등 트렌디한 라인, 워커나 하이탑도 선보이되 상품 라인은 다소 압축해 밀도 높은 디자인을 보여줄 계획이다. 착화감도 개선하고 있다. 편한 하이힐이란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1시간 신었던 것을 2시간 신어도 괜찮을 정도로 말이다. 워커도 예전에 다소 딱딱한 느낌이었다면 안쪽은 부드럽게 만들어 매장에 출고하고 있다.
지난 해 첫 선을 보인 핸드백도 슈즈와 연관성이 있는 디자인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한정 수량 판매할 계획이다. 브랜드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 등 BI 전반도 바꾸려고 했는데, 일단 올 추동 로고 서체만 변경했다. 내년 봄쯤에는 브랜드를 완벽하게 재정비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슈콤마보니의 세컨 라인 런칭은 얼마나 진행됐나.
올해 런칭하려던 세컨 라인은 내년으로 미뤘다. 새로운 라인은 슈콤마보니 세컨 라인이라는 타이틀이 붙겠지만, 기존에 놓친 고객들을 타겟으로 다른 컨셉을 보여줄 것 같다. 캐주얼하고 베이직해서 대중들도 접하기 수월하고, 위트와 엣지가 있어 브랜드 매니아도 끌고 갈 수 있는 브랜드를 구상하고 있다. 슈콤마보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가운데 디자인이 야하다거나, 연예인 신발이라며 어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와 같은 선입견을 없애고 싶었다. 가격대와 에이지 타겟도 낮춘다.
-오는 9월에는 브랜드 10주년을 기념해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도 선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의류 디자이너 김지은(플리마돈나), 남노아(노앙), 강성도 등은 물론이고 슈즈 브랜드인 레이크넨, 율이에, 플랫아파트먼트, 잡화 액세서리 바이뵤, 비아토리, 202팩토리 총 10개 브랜드다. ‘기존 슈콤마보니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다른 감성과 디자인’이 이들을 선정한 기준이었다.
차세대 디자이너들의 슈즈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고, 이 신진들을 대중에게 소개시켜 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9월 4일 성수동 본사에서 콜라보레이션 제품 런칭 행사를 여는데, 슈즈 디자이너로서 상징적인 장소인 성수동이라서 더욱 뜻 깊다.
-한국 1세대 슈즈 디자이너로 일궈낸 성과에 대해 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높다. 향후 계획과 목표를 말해달라.
슈즈 디자인과 브랜드를 전개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유통에서 때로 ‘제화’라는 말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해외 하비니콜스, 셀프리지나 헤롯 등을 보면 백화점 자체에서 바잉하는 섹션과 브랜드의 매장이 함께 구성되어 있고, 또 어떤 브랜드는 다른 층에 단독 매장으로도 들어가 있다.
그런데 한국 백화점은 여태껏 슈즈라면 제화 구역 한곳에 몰아넣기만 고집하고만 있는 것이다. 슈콤마보니가 제화라는 분류에 묶여 살롱화나 중장년 타겟의 컴포트 슈즈와 나란히 들어가 있다. 브랜드 감성과 타겟층도 전혀 다르니 유통도 브랜드도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해당 층에 맞는 MD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캐주얼 존에는 스니커즈나 캐주얼 슈즈가 들어갈 수도 있고, 수입 브릿지 의류가 구성된 곳에 디자이너 슈즈 존을 구성해야 한다.
슈콤마보니가 제화라는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고 패션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좋겠다. 이미 슈즈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서 의류 브랜드 못지않은 컨셉과 인지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구두로 풀어낼 수 있는 스토리와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개성과 존재감을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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