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에서 봉제법인 (주)지누석을 운영하고 있는 장종문 사장은 매일 아침 공장이 아닌 동대문 시장으로 출근한다. 거래처와 신뢰를 쌓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 흐름을 직접 몸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동대문 시장은 그에게 또 다른 일터인 셈이다.
“동대문 매장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보통 오후가 돼야 업무 협의를 위해 공장에 온다. 그러나 오후에 샘플을 받으면 늦기 때문에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매장에 들려 샘플의 수정사항을 챙긴다. 매일 아침 거래처와 얼굴을 보고 일을 하니 양쪽간에 신뢰가 쌓이면서 일감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번 돈의 대부분을 직원 복지에 재투자한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그의 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다. 현재 15명의 근로자 중 9명이 장애인인데 이들은 일반인과 같은 급여와 대우를 받는다. 봉제기업의 특성상 일반 직장처럼 많은 급여를 주지는 못하지만 법정 근로 시간을 준수하고 야근이나 휴일근무에 대한 수당도 모두 월급에 반영한다.
장 대표는 올 연말에는 지금 공장에서 가까운 인근의 3층짜리 빌딩을 사들여 장애인이 일하기 편리한 일터로 꾸밀 예정이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한칸에 300만원이나 들어가는 장애인용 화장실, 직원 휴게실 등을 만든다.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하는데만 1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설치 비용의 70%를 대지만 오늘 벌어 내일을 버티는 열악한 봉제 업계에서 사장이 장애인을 위해 스스로 수천만원을 쓰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그는 공장을 이전하면 30명까지 생산 직원을 늘리고 지금의 장애인 고용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장 큰 장애다. 공장에는 특별히 기술은 필요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일들은 일반인과 차이 없이 장애인들도 자기 업무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생산성을 물었던 기자 얼굴이 무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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