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등으로 어려워진 경영 여건에도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석유화학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화업계 시황이 악화된 가운데 새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만한 제품을 생산해 불경기에도 판매시장을 넓혔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회사는 이수화학이다. 합성세제 원료인 연성알킬벤젠(LAB)을 국내 단독 생산하는 이수화학은 세계적으로 LAB 시황이 개선되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들어갔다. 지난해 매출은 8966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8월에 이미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상반기에만 매출 7423억원을 기록했다”면서 “연말까지 1조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의약용 코팅제인 ‘애니코트(AnyCoat)’가 판매 호조를 보이며 올해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8293억원 매출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5486억원(영업이익 427억원)으로 1조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애니코트는 의약품 캡슐 표면을 코팅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삼성정밀화학이 90%를 수출한다.
SK그룹 계열사인 SKC는 지난해 디스플레이사업 부문을 떼내면서 1조원이 넘던 매출이 845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올 상반기 4804억원을 기록하면서 1조원 클럽 재가입을 예상하고 있다. SKC 관계자는 “올해 프로필렌옥사이드(PO) 신공장 준공과 광학용 PET 필름 판매가 늘면서 연말까지 매출 1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비료업체인 남해화학도 올 상반기에만 매출 6942억원(영업이익 1413억원)으로 화학비료 업계 최초로 1조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료시세가 오르면서 매출과 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게 남해화학 측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8332억원이었다.
한편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특수를 보고 있는 동양제철화학은 지난해 매출 1조3427억원에서 올해는 첫 2조원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해외 수주 호조로 상반기에만 매출 9839억원(영업이익 2628억원)을 기록했다.
장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