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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으로서 파리 모드계의 지배자, 패션의 교황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발렌시아가’. 창립자는 크리스토벌 발렌시아가. 1895년에 태어나 어릴때부터 재단기술에 매료돼 독학으로 재단과 봉제기술을 익혔다. 1914년 산 세바스티안서 첫 부티크를 오픈한 이후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 매장을 열면서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옷은 주로 왕족이나 귀족들이 즐겨 입었다. 하지만 1937년 에스파냐 내란은 그의 패션도시 파리행을 이끌었다. 그곳에서 스페인 르네상스에서 영감을 얻은 첫 컬렉션을 발표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패션잡지 바자의 극찬,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도 줄지 않는 고객들이 이를 증명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원단개발에 주력했다. 화려한 자수기법과 최고급 재료들로 생산된 원단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재키 케네디는 의상비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아버지가 대신 지불했다는 일화도 있다. 현재 니콜라스 게츠키에레가 여성복·남성복 디자인을 맡고 있다. 최근 모터싸이클에서 영감을 받은 모터백의 인기행진은 끝을 모를 정도다.
매 시즌마다 블랙을 멋지게 표현하는 ‘발렌시아가’ 컬렉션. 이번에도 모던하고 쉬크한 블랙을 사용했다. 실버 액세서리와 함께 짙은 눈 화장, 깊이 패인 스커트 옆트임이 위풍당당하다. 절도있는 가죽 원피스는 에나멜 광택에다 가죽 특유의 빈티지가 맞물려 한층 고급스러웠다.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는 실루엣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했다. 블랙과 그레이의 모던한 수트를 어깨선 없이 둥글게 디자인했다. 또 잘못입은 것처럼 소매와 어깨의 이음라인을 앞으로 당겼다. 구조적인 메탈릭 원피스는 지난해 유행했던 퓨처리즘을 재현한 듯하다. 현실에서도 웨어러블한 이 원피스는 발렌시아가의 세련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또 긴 천조각을 늘어뜨린던 쉬크한 탑도 주목받았다. 활용도 높고 색감 또한 멋스러워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를 사랑하는 패션피플들에게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김희옥 기자 [email protected]
photo by 유덕제 논설위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