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없는 섬유산업은 사상누각일 뿐”
“산학협력 없는 섬유산업은 사상누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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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순 한양대학교 부총장 겸 공과대학 학장
섬유는 무한한 고부가가치 창출산업
번번한 연구소 없는 현실 안타까워
작은 이익에 연연…산업발전 꿈깨야


창립 50주년 한양大 섬유공학과
미래 섬유산업 이끌 구심점으로


“어느 산업이든 산·학·연간 연계가 안 되면 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습니다. 선진국의 섬유
산업이 강한 것은 다름 아니예요. 산학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유기적인 시스템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한국 섬유산업이 발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기본인 인프라부터 다시 짜야하는 당위성을 입증하는 것이지요.”
임승순 한양대학교 부총장 겸 공과대학장. 그는 기자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작심한 듯 말했다.

그 누구보다 섬유산업을 아끼고 후학을 양성하는 큰 섬유학자로써 섬유업계에 던진 메세지는 다름 아니었다. ‘기본을 세우자’는 것이다. 기본이 없는 산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 한국 섬유산업은 아직도 뼈 저리는 경험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27일 한양대학교 부총장실에서 만난 임 부총장은 평소 ‘학교든 산업이든 발전을 못하면 도태 된다’는 소신을 강하게 피력하는 학자로 손꼽힌다. 그의 주장은 언제나 ‘기본이 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공과대학 섬유공학과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루어졌다. 이날 지난 30여 년간 섬유학자로써 산업의 질곡을 지켜봐 온 그의 감회는 한탄 그 자체였다.
“눈앞에 있는 작은 이익만 놓고 국내 기업 간 무한경쟁 행태로는 더 이상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습니다. 단언하지만 섬유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형 첨단산업인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합니다. 문제는 성장의 과실을 따기 위한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해요.

번번한 기업연구소 하나 없는 우리 섬유산업의 현실에서 첨단산업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닙니까?”
임 부총장은 작금 섬유산업 경쟁력 약화는 다름 아닌 정부와 기업이 합작한 산물이라고 질타했다. 정부의 정책은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지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기업은 소량 다품종보다 레귤러 생산경쟁에 목을 매는 악순환의 앙상블만 즐긴 결과였다는 것이다.

또 우리 섬유기업인의 다중적인 행태도 산업의 발전을 좀 먹게 했다고 비판의 톤을 높였다.
그는 우리 섬유업체 CEO를 만나보면 시대별로 연구분야에 대한 시각이 달랐다고 말했다. 70년대 1·2차 오일쇼크 영향 때문에 “먹고 살기가 힘 드는데 연구소 운영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80년대 큰 성장기를 맞자 “연구를 않더라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며 돌변한것을 예를 들었다.

그리고 90년대 초 화섬업계를 중심으로 연구원을 뽑기 시작했지만 남의 것을 흉내 내는 정도에 머문데다 동일한 제품을 경쟁적으로 쏟아 내다보니 질적인 성장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70·80·90년대를 거치는 30여 년간 산업의 뿌리가 되는 연구소 운영을 도외시한 결과가 지금 한국섬유산업이 처한 현주소라며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섬유연구를 총괄하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뒤 스트림별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해요. 이게 선행돼야 한국 섬유산업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봅니다.”
그는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업계가 한마음이 돼야한다고 주문했다. 또 팀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 이야말로 중요하다는 것도 덧붙였다. 정부가 스트림간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뿌리가 없는 협력은 분명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업계 또한 30여년이상 내다보는 연구자세를 갖고 글로벌 톱을 겨냥하라고 요구했다.

임 부총장은 일본 도레이와 미쯔이는 우리 업계가 본받아야 할 연구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도레이는 60년대 초 탄소섬유 연구에 나서 40년이 지난 이제 결과에 대한 과실을 거두고 있고 미쯔이는 PET Bottle분야 후발주자이지만 생산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팀에 의한 시스템은 세이렌을 예로 들었다. 세이렌이 생산하는 폴리에스터 메쉬는 플라즈마 TV의 핵심소재가 됐음을 잊지 말자고 요청했다. 그리고 지금도 폴리에스터섬유 감량 가공기술 차이는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사례가 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대학은 연구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세계 톱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다름 아닙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학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기반을 마련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섬유산업은 아닙니다. 대학과 연계한 프로젝트 개발은 거의 전무합니다. 또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결과물에 대한 관심조차 없어요.”
임 부총장은 산업의 발전은 산학협력이 연결될때 초석을 다진다고 말했다. 전자 반도체는 대학을 통해 기업이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케이스라고 예를 들었다. 그는 대학은 연구용역을 맡게되면 최선의 방책을 내놓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은 이들 프로젝트 가운데 상업화 여부를 판단해 선택하는 선순환적인 고리가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척도라고 강조했다. 바로 기업이 대학에 먼저 투자할 때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섬유산업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뜻을 표했다.
“과거 섬유산업은 의류에 국한됐지만 이제 타 산업과의 융합으로 전자·가전·자동차·조선 등 어느 산업에서도 유용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섬유에 대한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연구를 경시하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나가기만 하더라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질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섬유산업에 대한 미래는 밝다고 단언했다. 그렇지만 전제조건을 달았다. 연구에 대한 선행조건인 업계의 인식전환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한미FTA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너무 싼 것만 생산할게 아니라 좀 더 차별화 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가치가 있는 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섬세한 충고였다.

임 부총장은 한양대학교 섬유공학과가 5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국 섬유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초분야를 중심으로 충실한 교수진 구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에 대한 섬유의 적용분야가 무한 확대되는 시점을 맞아 물리·화학·전기·바이오 등 타 전공 출신의 교수진으로 업계의 요구에 부응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대학이 발전해야 산업도 활기를 띱니다. 업계가 대학을 활용하고 리드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제껏 섬유산업 내 산학협력은 없었습니다. 올해 일본이 노벨상 화학분야에서 수상자 4명을 배출한 것을 눈여겨보고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할 때 입니다.”
전상열 기자 [email protected]

He is
▶학력
한양대학교(72년) 섬유공학과 졸
동경공업대학 석사(75년) ·박사(78년) 유기재료공학

▶경력
1983 - 1984 KAIST 고분자 재료 연구실 위촉연구원
1994 - 2002 국립건설시험연구소 화학분과 심사위원
1999.01-2006.12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심의위원
2002.09-2004.08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2008.08-현재 한양대학교 부총장 겸 공과대학 학장

▶학협회 활동
2006.4.13-현재 전경련 과학기술위원회 자문위원
2004.03-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2002.09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2002.01-현재 세계 Bio-plastic association Steering committee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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