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이틀째 남성복 컬렉션은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비교적 신진 축에 드는 이영준, 한동우를 비롯해 여러 해 서울컬렉션에서 개성적인 감성을 토대로 충실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송혜명과 고태용, 독자성과 원숙함을 보여주고 있는 장광효, 홍승완, 박종철 등 신진부터 중견까지 디자이너가 참가해 한국 남성복의 다양한 면모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밀리터리 남성미 ■ 이영준(206HOMME) 밀리터리 룩에서 영향을 받은 스타일에 ‘하이브리드’를 컨셉으로 다양한 감성과 소재를 조합해 남성적인 의상들을 선보였다. 넓은 라펠의 무톤 코트, 베이스볼 점퍼 소매의 아우터, 카무플라주 야상, 롱 패딩 자켓 등 여러가지 아우터가 볼 거리. 무스탕, 퍼, 가죽 등 무게감 있는 소재들의 아우터에 조퍼스와 배기팬츠가 더해져 활동적이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더했다. 블랙, 진한 그레이와 네이비 등 낮은 채도의 색상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컬러풀한 라이더 자켓과 강렬한 레드 색상의 수트도 시선을 끌었다.
선의 교차 간결한 아름다움 ■ 한동우(IRONY PORNO) 'in the moonlight sonata'를 컨셉으로 한 한동우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간결한 선의 교차가 인상적. 달빛과 그라데이션, 피아노에서 인스피레이션 한 의상들이 빛 속에서 은은한 색채와 디테일을 드러냈다. 자켓의 등에 마름모 모양의 절개가 들어가거나 체크 패턴 소재의 조합도 의외인 듯 어울렸다. 가죽이 덧대어진 블루종 점퍼와 네이비 색상의 차이나 칼라가 특징인 그레이 패딩 자켓에 스티치가 더해진 패딩 디테일의 팬츠가 매치됐다. 중반 이후 하운드 투스 패턴이 크게 짜여진 니트가 눈길을 끌었고, 여러 길이의 모닝 코트와 벨벳, 헤링본, 무톤 등 소재 사용이 다채로웠다.
‘스팀 펑크, 컬처 비트’ ■ 송혜명(dominic’s way) 퇴폐적인 모델들의 스타일링과 당당하고 거친 느낌의 워킹이 ‘도미닉스웨이’ 캐릭터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스터드와 체인 장식의 모자, 녹슨 듯한 골드 액세서리가 특유의 강렬한 인상을 보여줬다. 핏빛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레드의 컬러 매치가 돋보인 가운데 파이톤 무늬의 긴 퍼 코트, 자켓 위에 겹쳐 입은 롱 베스트 등 강렬하고 인상적인 아이템이 다수. 여러 갈래로 꼬이거나 뒤틀려진 체인 장식 팬츠와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스트랩 베스트, 고리와 문의 경첩을 장식 등 펑크 룩의 디테일을 개성적으로 사용해 터프하게 보여졌다.
‘우연한 만남’ 긍정과 감성 ■ 장광효(CARUSO) 이번 장광효의 컬렉션은 간결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정장부터 영국 해군의 복장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주얼한 의상까지 ‘세렌디피티’를 테마로 어우러진 스타일을 보여줬다. 장식과 과장을 배제한 실루엣, 신선감 넘치는 레드와 블루, 레몬의 색이 자유분방하게 어울려 맑고 순수한 인상을 줬다. 또한 빅 사이즈의 자켓을 양복 위에 덧입거나 코트에 베스트를 더하고, 롱 코트 위에 코트를 겹쳐 입는 등 레이어드 된 아이템과 기법을 십분 활용한 것도 인상적. 셔츠 칼라가 이어진 라운드 니트나 모호한 품과 길이의 하프 팬츠, 정확한 핏의 반바지 등도 스타일링에 한층 다양한 표정을 더했다. 그래픽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배색과 스트라이프, 겨울 느낌의 마린 밀리터리 블루도 신선한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버거&코크’ 이색 컨셉과 연출 ■ 고태용(beyond closet) 모델이 ‘비욘드클로젯’의 룩과 딱 어울리는 자전거를 몰고 나오거나, 런웨이 안쪽에서 모델들이 햄버거와 콜라가 놓인 테이블에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인 쇼였다. 브랜드명을 새겨 넣은 캡을 쓰거나 카고 팬츠 위에 체크 셔츠를 허리에 묶는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착장도 인상적. 풀오버 니트와 더플 코트 등의 친숙한 아이템에 더욱 발랄한 색채를 더했고 라이더 자켓이나 롱 코트, 베이스볼 점퍼도 자수와 배색, 프린트로 경쾌함을 더했다. 네이비와 베이지, 그레이를 바탕으로 채도 높은 레드, 블루, 머스터드의 컬러와 패턴이 활기 넘쳤다.
브리티시 감성 위트있는 클래식 ■ 홍승완(ROLIAT) 홍승완 디자이너 2013 F/W 컬렉션 주제는 웨일즈 지방의 말로 식물을 뜻하는 ‘Planhigion’. 의상은 1920년대 정통 브리티시 테일러링에 그만의 위트를 더했다. 굵게 짜인 레글런 소매 스웨터나 긴 아우터 위에 니트 민소매 카디건을 겹쳐 입은 스타일링은 전통 복식에 캐주얼한 감각과 위트를 더해 눈길을 끌었다. 네이비와 그레이 컬러의 아우터에는 톤온톤의 가죽과 퍼 등을 더하거나, 허리 벨트를 묶지 않고 휘날리게 한 것도 장식적인 효과를 냈고 헌팅캡이나 귀를 덮는 모자를 액세서리로 사용했다. 오버사이즈 코트의 둥근 어깨의 실루엣은 무게감을 느끼게 했고, 컬러는 최대한 배제하고 진한 먹색과 대조되는 탁한 적갈색이 팬츠나 이너의 컬러로 사용됐다.
빈티지 스타일에 유니섹스 매력 ■ 박종철(sling stone) ‘파라다이스 파티’를 컨셉으로 한 쇼를 보여준 박종철의 컬렉션은 1930~1950년대 빈티지 스타일의 아날로그 감성을 보다 세련되고 명확한 선으로 그려냈다. 실크와 벨벳, 가죽 등 다양한 소재를 수트의 곳곳에 사용한 것과 이색적인 액세서리 사용이 인상적. 발목에 닿는 세미 배기 팬츠나 스커트 처럼 펄럭이는 폭 넓은 반바지, 팬츠 위에 덧입은 플리츠 스커트도 중성적인 인상을 줬다. 화이트 셔츠 위에 두 겹의 칼라를 덧대거나 턱시도 셔츠 위에 도트 스카프, 자켓에 커다란 꽃 장식을 더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링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에는 모델들이 인형을 관객들에게 안겨주는 퍼포먼스로 쇼를 마무리했다.
‘노마딕’·컬렉션 10주년 ■ 최범석 ‘GENERAL IDEA’ 최범석 디자이너의 ‘제너럴 아이디어’는 10주년을 기념한 패션쇼로 구성돼 28일 별도 장소인 클럽 옥타곤에서 진행됐다. 이번 컬렉션은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유목민의 삶과 감성에서 느껴진 감성을 모던하게 재해석해 표현했다. 몽골 유목민 의상 델(Deel) 특유의 컬러와 넉넉하고 품이 큰 실루엣에 ‘제너럴 아이디어’의 색채와 프린트를 덧입혀 한층 컨템포러리한 ‘노마딕’을 표현했다. /김송이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