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네 회사가 신제품을 매장에 거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다수 의류패션업체가 당장 이 물음에 흔쾌히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단 1주일 만에 새 상품이 매장에 걸리는 세상인데…. 패스트 패션 바람이 의류패션산업에 몰아친다. 이 바람에 순응하면 순풍에 돛단 듯 내달리지만 역행하거나 어물쩍거리다간 순식간에 생존경쟁에서 뒤처지는 시대다. 죽느냐, 사느냐, 패스트 패션의 신드롬은 이 같이 극명하다.
21C 패션의 승부수는 속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에서부터 의류생산에 이르기까지 이제 단 7일이면 족하다. 단순히 시간만 줄이겠다고 하면 어느 패션의류업체도 못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제품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핏 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모아진다. 그것도 최소 1주일에서 10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 이제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패스트 패션의 원조는 글로벌 패션브랜드 자라다. 자라의 time-to-market-slashing(수직형 통합 소매 모델)은 패션의류산업에 패스트 패션 유행어를 낳으며 시즌과 컬렉션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소위 판을 뒤흔들어 놓았다. 당장 상품 수의 증가와 맞물려 나갔다. 큰 변화의 주체는 다름 아닌 Production Lifecycle Management (이하 PLM)였다.
자라의 PLM은 자동차업계가 완성한 린 방식(Lean Methodology)에 새로운 업무 방식의 채택과 맞물려 나간다. 바로 자동화와 상호 수평기능 조합의 증가였다. 이는 참신함과 가치라는 새로운 소비자 요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품질요구 만족까지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패스트 패션 신드롬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패스트 패션의 요체는 다름이 아니다. 켈렉션의 크기는 작지만, 켈렉션이 더 많기 때문에 상품이 더 많아졌다는 데 맥이 닿는다. 패션의류업체에 더 많은 사이즈, 색상, 바리에이션 관리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이 뿐만 아니다. 지리적 위치와 샵 수까지 곱하면 복잡함은 더욱 증가한다. 여기에 지역적 특성에 맞는 체형과 스타일 선호도까지 고려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양성은 당장 패션의류업체에 컬렉션 개발과정에 복잡함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경쟁력 유지 전략에 과감한 변화와 효율성까지 요구한다. 단적으로 패스트 패션에 상관없이 가격대비 가치비율이라는 새로운 풍조를 알린 셈이다. 많아진 시즌과 다채널은 패션의류업체에 업무 진행 방식의 대수술을 예고한다. 바로 패턴 만들기, 등급 나누기, 마커 만들기, 원단 자르기 등 단순 생산 기술에 자동화의 접목이다.
패션 PLM을 통한 복합성의 관리는 다름 아니다. 제품 개발 주기를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프로세스와의 협력관계 소개와 맞물려 나간다. 디자인 부서와 개발 부서간의 협력은 패션의류업체에 뿌리깊이 내린 사일로 정신(Silo Mentality) 타파와 무관치가 않다. 또 과거 일률적 선형프로세스에 따른 병목현상 제거에 맥이 닿는다.
패션 브랜드 세계화는 상품의 다양성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가 요구받는다. 본지가 창간 34주년 기획 사업으로 프랑스 렉트라 한국지사와 펼치는 패션 PLM 포럼은 이의 일환이다. 포럼은 패션의류업체가 고민하는 행정작업의 부담감 제거와 크리에이티브 팀과 디자이너 팀, 패턴메이커가 함께 브랜드의 핵심 DNA 형상화에 집중하는 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