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떨이 세일…거리는 할인 경쟁
[서울] 장기적 경기 불황과 메르스의 영향으로 재고가 쌓인 백화점부터 중소 소매업까지 서울상권 전체가 세일에 들어갔다. 명동상권은 롯데, 신세계백화점에서 SPA브랜드를 비롯해 ‘폴더’, ‘레스모아’, ‘ABC마트’ 등 신발편집샵까지 역대 최대 규모 최대 할인율을 내세우고 있다. 70% 이상 세일을 하는 업체가 많았다. 신발편집샵부터 SPA 브랜드까지 재고 처리와 고객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6월 넷째 주 명동거리에는 외국인은 거의 없고 국내 소비자들은 조금식 매장을 찾는 분위기다. 명동 인근 식당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작은 업체들은 영업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장 관계자는 “거리에 사람들은 차츰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매장들간의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월부터 매장에서 한국 고객을 타겟으로 상품을 홍보하고 9월부터는 추석연휴가 있어 고객이 몰릴 것 같다. 당장은 어렵지만 가을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가로수길에도 화장품브랜드 ‘후’를 비롯해 ‘MCM’, ‘나인웨스트’ 등 모든 브랜드들이 세일에 들어갔다. 인근 매장 관계자는 “한산했던 2주전보다는 커피숍이나 매장에 손님들이 있었지만 직접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메르스 영향, 지역마다 각양
[경기] 지역마다 메르스 영향의 격차가 매우 크다. 일산은 대형 유통망으로 유독 힘들었던 상권이다. 어려운 시점에서 메르스라는 악재까지 겹쳐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까지 밀집돼 있어 가두점이 즐비한 상권 및 재래시장 같은 곳은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 일산 가두점 관계자는 “대기업을 상대로 너무 힘들다. 일산시에서 문화공간을 개발하고 상권 홍보를 해 좀 더 많은 고객이 유입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은 메르스에 영향이 심하지 않다. 발병한 후 이틀정도 거리에 사람들이 없었지만 그 뒤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두점 관계자들은 항상 조심하며 대비하고 있다. 인천 부평 아이즈빌 아울렛은 메르스 발병 후에도 평상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망도 없으며 청라 지역 개발로 인해 고객 수준이 올라가 객단가가 높아졌다.
인천 연수 상권 또한 메르스 영향이 적다. 관계자는 “메르스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보다 덜하다. 하지만 상권 사람들끼리 항상 조심하고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수 상권은 지역 단골 고객들이 많아 주말대비 평일 유입 고객수가 높다. 여름 상품이 세일에 들어가면서 신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간절기를 대비해 나온 신상품으로 얇은 가디건, 자켓들이 인기다.
메르스 쇼크 장기화 조짐
[충청] 장마가 시작됐다. 옷 장사가 가장 안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내리는 비만큼이나 점주를 비롯한 패션 업계의 마음도 흐리다. 메르스라는 악재도 침체된 시장 상황에 한몫하고 있다. 충청 지역 백화점은 여름정기세일을 일제히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내달 초까지 이월상품은 물론 신상품 의류까지 50~70% 할인 된 가격에 선보인다. 물량도 세일기간도 전년대비 대폭 늘렸다. 롯데영플라자 청주점도 얼마전 세일 행사를 마쳤다. 50개점 오픈 축하 행사로 진행됐다.
천안 갤러리아센터시티는 럭셔리 브랜드 시즌오프를 진행했다. 대전의 갤러리아타임월드도 주요 명품 할인에 들어갔다. 버버리와 페라가모, 코치, 레페토 등이 세일에 동참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세일 공세에 소비자의 마음이 움직일지는 물음표다.
충청남도 천안은 주거와 쇼핑, 관광을 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유통단지가 급 부상하고 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함께 선보여지는 공간으로 충청 지역인들을 한 곳으로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샵이 각광받고 있는 와중 상권 대리점주들의 마음은 좋지 않다. 천안에서 캐주얼 매장을 4년째 운영하고 있는 모 점주는 “메르스도 메르스지만 치솟는 권리금으로도 고생하고 있다”며 “대리점주들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편집샵도 급속도로 많이 늘어나 고객들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깊어지는 ‘메르스 공포’
[강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자가 발생(지난달 20일)한지 한 달이 넘었다. 시간이 갈수록 확진자가 늘어감에 따라 소비자들의 실외 활동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의류매장 매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언론에서는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들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양양에 위치한 스포츠 의류 매장은 “매출은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고 물놀이를 위해 구매했던 옷의 경우 메르스 때문에 놀러가기가 겁난다며 환불하러 오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해수욕장은 대부분 내달 10일 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피서시즌을 준비하는 사람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 수록 매출은 회복은 커녕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지역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춘천 명동거리에 있는 한 캐주얼 매장은 “그나마 보름전엔 사람들이 마스크 쓰고 돌아다니며 매장에 간간히 들르긴 했는데 지금은 갈 수록 고객들의 유입이 떨어지고 있어 가게문을 여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강타하며 날이 갈수록 매장들의 시름은 깊어져만가고 있다.
다소 무뎌졌지만 판매난 여전
[경상] 메르스가 장기화 되면서 다소 무뎌져가는 모습이긴 하지만 상권 내 유동인구는 많이 줄어들면서 매장을 운영중인 점주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 광복동 상권은 이달 초에 비해 메르스 공포 분위기가 그나마 해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매출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본격적인 관광시즌이 돌아오면서 매출이 동반 상승해야 하지만 물놀이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아직 없어 시즌 제품 반응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권 내 매장 매니저는 “천재지변인지라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은 알지만 너무 힘든 것 같다. 냉감물도 지난달에는 매출이 좋았는데 입점객 자체가 많이 줄고 있다. 장기화 되면 더더욱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부산 녹산에는 크리스패션이 200평 규모의 대형 브랜드 매장을 지난달에 오픈했다. 파리게이츠, 핑, 팬텀, 고커 브랜드가 입점된 멀티샵 형태다. 향후 입지조건을 보고 경상권에 추가 입점이 예상되고 있다.
대구 동성로 상권은 직영매장 중심으로 매장이 운영되고 있어 임대료가 높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위기는 초반에 비해 나아지고 있지만 젊은 층들의 움직임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를 운영중인 점주는 “장마까지 겹치면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한다. 어서 빨리 훌훌털고 회복되기만 바랄뿐이다”고 말했다.
메르스 여파 지속…한숨만
[전라] 메르스 여파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지만 한번 훼손된 소비 심리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입점 고객이 여전히 주춤하면서 30~40%에서 많게는 50%까지 전년대비 매출이 떨어진 곳이 많다.
상반기중 본격적인 장사에 돌입하는 6월, 점주들은 메르스 사태 여파로 여름 옷 장사가 이미 물 건너갔다며 한숨만 짓고 있다. 통상 5, 6월 가장 피크를 올려야하는 시기에 갑작스러운 외부환경 악재로 가을 품번 판매가 일어나는 9월까지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익산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외식, 화장품, 패션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현금 자체가 안도는 분위기다. 돈 쓰는거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로 상권 활기가 심각하게 떨어진 상황으로 핫 섬머 판매는 커녕 올 여름 장사가 완전히 끝났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