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캐주얼 업계의 이목이 ‘데님’ 소재에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셔널 브랜드와 초저가 데님 브랜드로 양분돼 있는 시장에서 저가보다는 좋은 퀄리티에 기능성을 더한 중가 데님 시장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 캐주얼 업체 A사는 올 하반기 스포티즘을 가미한 데님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예정이다. 애슬레저룩 열풍에 따라 좀 더 편안하고 쉽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데님이 가장 쉬우면서도 거부감 없는 소재로 각광받았던 만큼 화려한 장식보다는 고유의 클래식한 느낌을 살리고 기능성을 더한다는 입장이다.
A 브랜드 관계자는 “소재와 디자인이 다양해짐에 따라 데님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 종류도 많아졌다”며 “스타일을 다양화하고 저가 데님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묘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결국 데님 시장의 열쇠는 가격 책정에 달렸다. 퀄리티와 가격의 조화가 브랜드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전례로 이랜드에서 전개했던 ‘인디고뱅크’는 가격 대비 좋은 퀄리티로 소비자에게 사랑 받았던 대표적인 저가 청바지 브랜드다. 신축성이 뛰어난 스키니 진은 부담없는 가격과 슬림한 핏을 무기로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이지 캐주얼 업체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청바지가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이기 때문에 서브 아이템에서 주력 아이템으로 키워나가야 된다는 마케팅 정책이 입증된 것이다. 이지 스타일리쉬 캐주얼 시장이 오랫동안 침체됐던 만큼 판을 완전히 뒤바꾼 실험적인 소재보다는 대중성있는 데님 소재를 겨냥한 승부수가 소비자들 호응으로 이어졌다.
같은 조닝의 B 브랜드 또한 데님 아이템에 주력한다. 겨울용 기모 소재 비중을 작년보다 늘리고 디자인 구색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청바지에만 그치지 않고 자켓과 액세서리에 데님을 사용하겠다는 것. 대폭 가격을 낮추기 보다는 손님이 재구입할 수 있을 만한 퀄리티로 고객을 유치하려 한다.
B 브랜드 관계자는 “고객이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구매했다가 실망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라며 “초저가보다는 가격이 있더라도 남들과는 다른 디자인에 좋은 품질로 공략해 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결국 누가 더 싸게 파느냐는 말은 곧 누가 눈치싸움에서 이기는 가다. 막무가내 식 가격 경쟁보단 디자인이나 소재에 치중해 ‘여기서만 살 수 있는 청바지’를 만드는 일이 업계에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