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韓섬유, 해외생산 빗장 제쳤다
[한섬칼럼] 韓섬유, 해외생산 빗장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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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의 수출 활로 모색과 질적 성장을 기치로 한 대한민국 섬유 교역전(Preview In Seoul, 이하 PIS)이 오는 9월2일 COEX에서 막을 올린다. 국내외 섬유관련 300여 업체가 천연섬유 화학섬유는 물론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융복합 섬유를 앞세워 바이어를 맞는다. 올해 PIS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마케팅전을 예고한다. 불황의 골이 깊어진 탓에 한 톨의 섬유라도 더 팔려는 의욕으로 맞물려 나간다. 현장의 비즈니스 열기가 지구촌을 뒤덮는 경기 침체 스트레스를 확 날리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PIS는 올해 개최 16년 차를 맞는다. 그 현장은 한국섬유산업의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가늠하는 척도라 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국내 섬유산업 제조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상황을 맞아 매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게 쉽지가 않다. 업체 스스로 신제품으로 돌파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바이어에 보여 팔려는 노력의 결과물에 오더가 뒤따라야 당연지사 아닌가. PIS가 안방잔치 아닌 수출로 연계되는 명실상부한 소재 소싱의 장으로 기대를 높이는 이유다.

한국에서의 제조업은 설 땅을 잃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 가전 반도체 등 내로라하는 간판 제조라인까지 현지 수요를 찾아 생산기지를 옮겨 간지 오래다. 섬유산업도 마찬가지다. 80년대 초중반 봉제공장이 해외이전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2015년 현재 한국의 해외 섬유생산 인프라는 신고건수 1만2195건, 투자금액 75억5343만9000 달러에 이른다. 봉제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해외 신규법인 수도 5548사에 달한다. 문제는 섬유업체들의 글로발리제이션 전략은 이에서 멈추지가 않는다. 봉제 위주에서 본격적으로 원사 직편물 염색 등 밀의 엑소더스를 알린다.

국내 밀 평균 가동률 50% 언저리
치솟는 제조비용 더 이상 감당 못해
원사 직물 염가공까지 엑소더스 사태
국내 자력갱생이든 해외서 기회 찾든
살아남는 韓섬유 명제 찾는 게 답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섬유생산이 한계상황을 맞았다는 보편적인 근거다. 산업용 전기료 폭증은 큰 사례다. 4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산업용 전기료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보다 낮았다. 그렇지만 원유가 인상에 맞춰 야금야금 올리면서 40%나 치솟아 지금은 비슷하거나 되레 높아졌다. 국내 자급기반 상실에 따른 염·안료가 인상은 한 술 더 뜬다. 중국산에 의존하는 염·안료가 인상률은 무려 200%에 달한다. 섬유산업 경쟁력을 지탱하던 모든 동력이 힘을 잃어간다.

여기에 최저 임금은 매년 인상을 거듭한다. 내년 시간당 최저 임금은 올해 5580원보다 8.1% 오른 6030원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특근 연차수당 4대보험 퇴직금 등이 줄줄이 오르면서 실제 인상률은 거의 배가된 16%에 육박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월 임금 300만 원 시대를 알린다. 각 섬유업체마다 제조비용이 판매가의 98%에 이른다는 목소리가 허투루 들리지가 않는다.

당장 국내 각 섬유산지의 밀 평균가동률은 겨우 50% 언저리를 맴돈다. 이제 국내서 밀 사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신기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밀의 엑소더스는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 국내 면방업체 가운데 해외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업체가 드물다. 효성은 스판덱스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글로발리제이션 전략을 밀어 붙인다. 직물 염색 분야도 마찬가지다. 삼일니트 을화에 이어 성안도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 나선다. 세아상역 한솔섬유 한세실업 팬코 등 벤더들간 수직계열화 투자도 불꽃경쟁을 방불케 한다. 한 순간에 한국 밀의 해외생산 시대가 빗장을 제쳤다.

한 날 한 시 생이지만 열 손가락 길이가 서로 다르듯 한국 섬유업체들의 토양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 한 쪽에서는 국내서 자력갱생 의욕을 불사르지만 다른 쪽에서는 해외서 새로운 기회를 엿본다. 이는 어느 쪽 방향타가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든 한국섬유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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