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 김신용 남산모방(주)·남산텍스타일·화신텍스타일 회장 - “원리 깨우치고 기본 지키며 속이는 짓 말아야”
[Special Interview] ■ 김신용 남산모방(주)·남산텍스타일·화신텍스타일 회장 - “원리 깨우치고 기본 지키며 속이는 짓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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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차르르∼ 착, 차르르∼ 탁. 각각 길이 30m가 넘는 뮬 정방기 3대가 동일한 소리를 내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운동을 하면서 연신 실을 뽑아낸다. 또 한켠에서는 찰칵 찰칵 거리며 체인 돌아가는 소리가 합창하듯 어우러지면서 한지와 비슷한 두께의 얇은 시트가 차곡차곡 쌓인다. 쌓인 시트 즉 슬라이버가 다양한 번수의 방모사 생산용으로 쉼 없이 롤에 감긴다.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화신텍스타일. 족히 100m에 이르는 공장건물 밖으로 실 뽑는 정방기 돌아가는 소리가 잔잔히 새나왔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실 뽑는 소리가 다소 높아졌고 공장안은 마치 안개 내린 듯 희뿌옇다. 습도를 조절하는 분무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때문이었다. 잠시 공장안을 살피자 높아진 실 뽑는 소리도, 희뿌연 시야도 일하는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왜 화신텍스타일이 국내 최고 생산 품질을 자랑하는 방모공장인지 실체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정직 신용 앞세워 내디딘
반세기가 넘는 섬유의 길
최고 품질 투혼으로 불사르며
남산·화신을 모방산업 간판으로

“사업이나 인생사나 마찬가지야. 원리를 깨우치고 기본을 지켜야 해. 그리고 속이는 행위는 결코 해서는 안 돼.” 이 날 공장에서 만난 김신용 남산모방(주)·남산텍스타일·화신텍스타일 회장(75)의 첫 말은 정직과 신용의 실천이었다. 그에게 두 단어는 반세기 넘게 섬유 엔지니어의 길을 걷는 좌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섬유 외길은 화려하거나 실속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이를 반증하듯 몸에 밴 근검·절약 생활은 주위의 시선까지 의아스럽게 할 정도다. 오로지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나가는 장인정신의 실천에 맥이 닿는다.

“제품이 정확해야 잘 팔려. 10번, 100번 생산하더라도 제품이 똑같아야 한다는 거야. 이유는 다름 아니야. 기본에 충실하면 돼. 정직과 신용은 몸에 배지 않으면 실천자체가 어려워.”
그가 기본을 지키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김 회장의 실제 경험담이다.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했는데 우리 제품이 아니라며 도대체 믿지를 않아. 똑같은 원료를 사용해서는 월등한 품질이 나올 수 없다며 원료를 더 섞거나 좋은 원료를 사용했다고 의심하는 거야. 그래서 아예 거래처에서 원료를 받아 생산해줬어. 모두 깜짝 놀라는 거야. 우리의 품질이 거래처 공장 제품과 완전히 달랐던 거지. 그제야 우리의 기술과 품질을 무조건 믿더라고. 타 업체보다 임방료를 더 받았어.”

지금 남산모방과 화신텍스타일은 일본 시장을 겨눈다. 수출계약이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가 높다. 품질제일주의를 쫓는 일본 바이어조차 남산과 화신의 기술과 품질에 관한한 의심치 않는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는 덤으로 받았다. 수출가격은 kg기준 평균 18달러대에 맞췄다. 최근 엔화 약세가 수출계약에 걸림돌로 떠올랐지만 수량만 충족된다면 가격절충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지난 9월 21일 한국섬유신문 주최 제25회 한국섬유패션대상 시상식에서 수출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제가 입사 8년차인데 입사 기준으로 거의 막내예요. 지금 60세가 넘는 인력이 수두룩합니다. 대부분 20여년 넘게 회장님과 일하신 분들이죠. 우리 회사는 정년이 없습니다.”(윤기석 남산모방(주) 관리부 과장)

윤 과장은 80여 명에 이르는 남산과 화신 직원들의 평균 연령대는 꽤 높다고 말했다. 타 공장에서는 직원들의 이직이나 퇴사가 빈번하지만 당사에서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회장님께서)직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보니 무조건 믿고 따른다 했다.

직원을 우선하는 한솥밥 경영은 원천적으로 노사간 마찰을 부르지도 않는다. 그는 “(회장님께서)직원들의 건강과 여가생활을 위해 3교대 근무제 도입에 나섰지만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일을 더하고 더 많은 보수를 받자는 의기투합한 사례라 말했다. 남산과 화신에 뿌리내린 노사 한솥밥 경영은 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철새처럼 떼 지어 이 공장 저 공장을 찾아 임금을 올리는 단체행동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근로자들의 이탈이 없으니 품질은 당연히 뛰어나다는데 맥이 닿는다.

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라
우리 회사엔 정년이 없다
이직·퇴사 없는 한솥밥 경영
40여 년 ‘1등 품질’ 견인차로


김 회장의 섬유의 길 첫 발은 부산방직 입사다. 10여 년간 근무하면서 섬유생산에 따른 원리와 기본을 깨우치고 기반을 다졌다. 1971년 남산모방산업사 설립과 함께 컨버터 비즈니스로 독자경영에 나섰다. 여기에 최고 품질을 지향한 제직사업 진출은 남산의 볼륨과 파워를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그렇지만 더 좋은 품질의 원단생산에 대한 목마름은 커져만 갔다. 1995년, 그는 자체 원사 생산 결단을 내린다. 소모방적 사업 진출이다.
“당시 고생 많이 했어. 주위에서는 무리수를 둔다는 이야기도 많았지. 그렇지만 자신감은 누구 못지않았어. 신생 중소 소모방적업체가 사는 길은 오직 최고 품질뿐이라는데 생각이 닿은 거야.”

그의 최고 품질 정신은 당시 과잉생산에 따른 치열한 판매경쟁을 뚫어낸 비장의 카드였다. 이는 오늘 뿌리 깊은 남산과 화신의 최고 품질 정신의 토대가 된다. 품질 승부수는 또 다른 목마름으로 용솟음쳤다. 김 회장은 2006년 방모방적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다. 화신텍스타일의 출발이었다. 남산과 화신의 출발은 김 회장의 품질 최고 정신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국내 소모·방모방 설비를 동시에 갖춘 곳은 그가 유일하다.

“24시간 공장이 돌아가. 생산주문이 많아서 다행이야. 직원들 고생 많은데 면을 세울 수 있으니 부끄럽지가 않아.”
그는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6시30분 퇴근한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생산현장에 머문다. 김 회장을 따라 공장내부를 둘러봤다. 카드기 라인, 뮬 정방기 라인, 와인더 라인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데가 없다. 공장안은 청결했다. 나뒹구는 낙모 또한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특히 뮬 정방기 라인은 최적의 생산을 위해 거의 개조하다시피 하다. 같은 정방기지만 중국에서는 4사람이 매달리는데 화신은 단 1명이 담당한다.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을 뽐내며 경쟁력을 높이는 이유가 기본을 중시하는 그의 손길과 무관하지 않았다.

“앞으로 서서히 모직물 경기가 살아 날거야. 10년 넘게 화섬 위주였잖아. 중국의 라이트 계열 생산기술은 우리를 따라오지 못해. 전체 생산성도 마찬가지야. 일본 수출은 새로운 모멘텀으로 기대가 높아. 이윤이 다소 줄더라도 가능하면 원사를 많이 수출하는데 힘을 쏟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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