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꿈을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기성 디자이너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신예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본업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미래는 밝다.
이선율 디자이너<사진>가 구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학교 선배님의 부탁으로 구두 디자인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경험이 이선율을 구두에 빠지게 만들었다. 의상전공으로 구두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이선율은 구두를 배우기 위해 6개월 동안 공장에서 살았다. 말이 안 통해 답답하면 구두를 가위로 잘라버릴 정도로 무서웠던 공장 사장님 밑에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공부했다.
처음에는 국내에 흔하지 않은 신발을 구해 분해하고 잘라 리핏하는 것을 반복했다. 구두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고 기본 틀, 자재 등에 대해 습득하고부터 이선율만의 디자인을 시작했다. 이선율은 “6년 가까이 구두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재밌고 질리지가 않는다. 새로운 디자인이 계속 떠오르기 때문에 빨리 다음 시즌 구두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선율이 뽑은 구두의 매력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전체적인 스타일에서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것이다. 율이에는 초반부터 여성성을 배제한 디자인을 해왔다.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여성이 율이에 구두를 신게 된다면 색다른 반전 매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뮤즈가 자유롭고 펑키하며 자신만의 영역과 마인드가 정확하게 잡혀있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구두가 가진 영향력을 율이에만의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이선율은 “옷을 심플하게 아무렇게 입어도 구두 하나를 제대로 신으면 옷과 사람까지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바꿔버린다. 율이에를 그런 영향력있는 신발로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작은 디테일의 변화가 이끌어 내는 반전 분위기다. 의상 패턴 작업도 입체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했던 이선율은 구두의 입체적인 라스트 쉐입 작업이 성향에 맞았다. 구두에서는 작은 디테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선율은 굽, 라스트, 아웃솔 등을 직접 개발해 작업하고 있다.
이는 좀 더 확실한 브랜딩 작업을 위한 시그니처 아이템 확장 이유도 있다. 뾰족한 스틸레토, 언발란스 토와 굽, 율이에의 대표 이니셜 ‘Y’가 박힌 아웃솔 등이 주력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올해는 이러한 로고, 이니셜 작업을 통해 시즌 타이틀로 들어갔다. 세컨 라인 ‘YY’를 통해 율이에 감성이 담긴 의류, 향초, 주얼리 등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을 재밌게 선보일 것이다.
이선율은 “율이에를 국내 대표 신발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싶은 것이 꿈이다. 또 다른 꿈은 기업 문화가 파생된 다양한 컨텐츠를 갖춘 작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