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창의로운 디자이너들, 반전과 충돌 업그레이드 갈망
2016 S/S 서울컬렉션은 ‘무장해제’ 된 자유로운 모습이다.
RUBINA 루비나의 컬렉션은 그 어느때보다 여유롭고 자연스러웠다. 마치 한계를 벗어나 초월한 듯한 디자인세계에서의 보헤미안과도 같은 평화로움을 선사했다. “서울컬렉션의 발표시점이 다른 도시보다 늦기 때문에 디자인을 먼저 해도 간혹 같은 스타일이 보여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배제하고 새로운 것을 다시금 창출해야 하는 창작의 고통은 크다”고 말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온전히 루비나 만의 자연과 풍요, 자유를 그려내고자 했던 것 같다. 밝은 베이지와 화이트, 스카이블루, 남색등은 대자연 본질을 표현했다. 코튼과 린넨, 레이온처럼 청량한 촉감의 자연 소재를 활용했고 가죽의 하드한 느낌을 접목해 편안하고 아름다운 실루엣을 통일감 있게 구성했다. 오버벨트는 적절한 균형감을 줬다.CHOIBOKO 최복호 디자이너는 패션쇼 무대에 무게를 뺐다. 여행을 떠나는 공기처럼 가볍고자 하는 목가적인 그 만의 마인드에 섭무용단의 퍼포먼스로 라스트를 장식함으로써 한바탕 ‘난장’을 펼쳤다. 몽골의 대자연을 탐닉하고 머무르기도 했던 최복호 디자이너는 과감한 컬러와 강렬한 프린트, 몸을 구속하지 않는 실루엣의 믹스 앤 매치를 고수하면서도 부담없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스트라이프, 플로럴 프린트, 체크와 총천연생 도트, 패치워크, 대담한 라이닝 장식 등이 복잡한 듯 단순하게, 화려한 듯 세련되게 표현됐다. 섭무용단의 퍼포먼스 ‘웃게하소서’는 결국은 패션은 삶이며 그리 무겁지도 심각하지도 않다는 최복호디자이너의 삶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게 했다.
Doii 이도이 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에서 반전과 화려함, 위트가 어우러진 크리에이티브한 그녀만의 정신을 표출했다. 어린 소녀의 꿈 속 세상과 환상속을 그려낸 것 같은 이번 컬렉션은 어여쁜 어린 딸의 엄마로서 이도이의 사랑이 닮긴 소녀들의 머릿속을 헤집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얀레이스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금빛 장식 드레스, 화려함보다는 요란스러울것 같은 그린색 스펑클 스커트는 무릎윗선이 보이도록 시스루 처리하거나 분홍 빛 체크무늬의 과감한 리본은 과장되지만 어색하지 않게 아름답다. 복사뼈까지 내려오는 레이스 장식의 시스루 롱 드레스는 뒤태에서 과감한 반전이 있다. 이번 시즌은 실용적이고 보다 젊고 크리에이티브하다는 의견이 강하지만 블루종과 비즈 장식의 긴 스웨트셔츠, 민소매 미니 드레스 등 커머셜한 의상도 잊지않고 선보였다.KWAK HYUN JOO 곽현주는 ‘A Door in the Moon’, 달로가는 문을 열고 나간다면 어떤 세상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이 같은 판타지적 요소를 잘 매치한 디지털 프린팅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문, 꽃, 사람을 구성해 파라다이스에 당도한 느낌을 줬고 시스루 소재를 접목해 입체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레이어드 룩을 제안했다. 프릴과 레이스 장식을 접목한 톤온톤 데님의 매치도 패션피플들을 탄복하게 했다. 특유의 패턴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LIE 이청청의 컬렉션은 매 시즌 성숙해져 가는 디자이너 자신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사랑스런 모델 스테파니 리와 잘 어울리는 스칼렛 컬러의 하늘거리는 드레스가 이번 컬렉션에서 이청청이 표현하고자 하는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하는 설레임을 대변한다.
이청청은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해져가는 달콤하고 쌉사름한 20대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섹시한 레드보다 수수하고 핑크보다는 싱그러운 ‘스칼렛’컬러에서 영감을 얻었다. 소녀적인 발랄함을 보여주는 파스텔 콤보 컬러의 톱과 스커트들로 매치된 스쿨걸 룩의 새로운 스타일에서부터 스트리트 캐주얼 룩, 기하학적 문양의 위트있는 프린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리를 강조한 벨티드 셔츠, 크롭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 시스루 자켓과 트렌치 등이 주류를 이뤘다. 화이트, 스칼렛, 블루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스텔 컬러가 어우러졌다. 코튼과 실크, 린넨 등의 소재들이 런웨이에서 자연스런 실루엣을 돋보이게 했다.
PUSHBUTTON 박승건은 이번 컬렉션에서 좀더 하이엔드하게 업그레이된 패션세계를 구현하고자 했다. 자유로운 여행지를 활보하는 여유로움은 편안한 소재와 패턴, 신체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잘 표출한 실루엣, 가벼운 듯 보이나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 연출로 원숙해진 패션세계관을 여실히 입증했다.
모던하면서 고급스럽고 풍성해진 이미지에 경쾌한 캐주얼 이미지가 패션피플들의 고객를 끄덕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극도로 간결해 보이는 수트이지만 바닥에 잔잔한 프린트가 느껴진다든지 풍성한 스커트, 허리선을 높여 조인 팬츠 등 박승건 디자이너의 의도가 돋보였다. 옐로우와 화이트의 시원스런 조합, 레이온 소재에 점프수트의 새로운 해석, 오버 사이즈 드레스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CARUSO 장광효 디자이너는 ‘모우(暮雨)’를 테마로 컬렉션을 풀어냈다. 여름저녁에 내리는 소나기를 의미하는 모우에서 착안, 여름날 멋진 남성패션을 연출하고자 했다. 남성적 세련미 속에 미소년의 소프트한 감각과 새로운 시도들이 엿보이는 장광효 만의 패션세상이 편안하면서도 시선을 즐겁게 했다.
딥 그린자켓과 화이트 수트, 슬림 핏 팬츠와 쇼츠, 다양한 팬츠 실루엣이 등장하고 시어서커나 네오프렌 소재와 함께 클로세 레이스 소매, 핑크 색상의 린넨 트렌치코트 등이 과감하게, 그러나 부담되지 않게 연출됐다. 여성적인 소재와 한복천으로 만든 트레인장식 등이 엉뚱하지 않게 교차되고 피날레에 가깝게 보여진 고전적 이미지의 과장된 자켓은 디자이너의 의도에 관심을 갖게 했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조선 왕의 상징인 매미의 형상을 생각하며 의상을 지었다”고 전했다.
SONGZIO 송지오 디자이너의 이번 컬렉션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빗살무늬 프린트의 의상들이었다. 언제나 마초적인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느끼게 했던 그의 컬렉션에서 이번에 선보이는 프린트 물들은 더욱 강하고 남성적이면서도 아방가르드한 멋을 느끼게 했다.
평소 개인 그림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송지오 디자이너가 ‘수 천개의 꿈’이라는 작품을 프린트 한 것. 펄럭이는 아노락 코트, 상의 허리를 묶어 연출한 보일러 수트, 버뮤다 팬츠는 송지오 스타일을 잘 반영하면서도 동양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멋을 배가 시켰다. 오지호, 조연우, 송종호, 이정신 등 배우들이 송지오의 의상을 소화하면서 디자이너의 작품의도는 뚜렷히 패션피플들에게 각인됐고 이번 시즌 역시 강한 임팩트를 선사했다.HEICH ES HEICH 한상혁 디자이너는 VS(Versus)를 테마로 주말의 캐주얼룩과 정갈하게 차려입은 포멀룩을 섞어 서로 충돌하면서 일으키는 하나의 반응을 표현했다. 젊음과 나이 듦, 남성과 여성, 흑과 백의 충돌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한상혁을 떠올리면 감도와 완성도, 세련미 높은 테일러링이 떠오르는데 이번 시즌에는 찰나의 충돌들을 캐주얼적 요소를 섞어 이색적으로 풀어냈다.
이번 컬렉션의 키워드는 스트라이프와 일요일, 대결 혹은 충돌에 뒀는데 의상에서도 스트라이프의 반전과 대비가 시종일관 보여졌다. 핫한 룩으로 브레통 셔츠를 재해석한 스타일이었는데 이는 샤를로뜨 갱스부르와 마돈나, 장 폴 고티에를 통해 흑과 백의 충돌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술자리에서의 이야기들과 꿈을 연상시키듯 스타워즈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는 위트가 더해진 컬렉션이었다.VanHart di Albazar 정두영디자이너는 이탈리아 남성패션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적 하이엔드 감성을 풀어내고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화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천지창조’의 영상과 함께 런웨이의 막이 올랐다. 이탈리아적인 색상과 스타일에 과감한 진취적인 남성상을 더해 이국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수트와 남성패션을 선보였다.
파스텔 색상의 체스터 필드 코트와 시스루 트렌치코트, 테일러드 자켓과 반바지 등이 고전과 모던의 믹스로 멋스런 룩을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잘 맞는 자켓과 헐렁한 바지가 패셔너블하게 조화됐다.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와 가볍고 은은한 색상의 수트 코디 등이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