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상품화·현실화’하는 명품기술교육의 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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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 패션기술전문학교 ‘리세 드 라 모드’를 가다
‘기업이 원하는 것’…현장형 장인육성에 교육 초점
신기술·기종 빠르게 습득…브랜드社 발전 플랫폼 역할

연착=이영희 기자 [email protected] <리세 드 라 모드(Lycee de La Mode)>는 섬유와 가죽제품을 다루기로 유명한 오랜 전통 도시 ‘숄레(Cholet)’에 자리해 있다. 리세 드 라 모드는 패션 기술 전문학교로서 패션디자인, 패턴 메이커, 가죽제품 등의 전문기술인을 키우는 프랑스 국립학교이다.

숄레는 우리나라 대구와 마찬가지로 오랜 전통의 섬유 도시이다. 한때 섬유와 가죽의 가공 및 제품생산 중심지로 위용이 대단했지만 현대산업화 과정에서 잠시 주춤하다 최근에는 그 명맥을 잇고 명성을 되찾기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리세 드 라 모드는 정부가 처음부터 지원해 설립한 학교가 아니라 숄레지역민들의 간절한 기원아래 20년전 세워진 기술자양성 학교이다. 현장에 바로 투입해도 손색없을 만큼 감성과 기술을 가진 전문인들을 배출하면서 국가가 숄레의 DNA와 부합해 발전에 기여함을 인정하고 국립으로 승격시켰다. 지금은 기업으로 진출하는 전문인력과 또 브랜드사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들의 심화과정을 위한 위탁교육까지 겸해 숄레뿐만 아니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술인력양성 교육기관으로 우뚝 서 있다.이 학교는 “예술에 기술을 접목해 명품을 실현한다”는 모토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 기술자가 아니라 장인을 배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5~18세로 미술이나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이면 고등부과정에 입학이 그나마 쉬운 편. 그러나 현업에 종사하면서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경우는 6대 1이상의 경쟁을 뚫고 입학해야 한다. 250여명이 재학중이며 각 클래스의 수업인원은 30명이 채 안된다.

이 30명 안에 들기위해 전국에서 이미 쌓인 원서만 500여장에 달한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수업과정도 독특하고 커리큘럼이 알찬 만큼 통과하기도 쉽지 않지만 졸업하면 국가자격증이 수여되기 때문에 어느 브랜드사를 가든 인정받고 일할 수 있어 전역에서 자동차로 7시간씩을 달려 오기도 한다.이 학교는 아직 외국인에 대해 정식 개방이 돼 있지 않지만 한국에서 유학간 이진화디자이너가 공부하고 있다. 이진화는 ‘라 마로퀴네리(La Maroquinerie)’라는 가죽제품을 다루는 전문 기술자격증 ‘베테에스(BTS)’반에서 참관 수업을 배우고 있다. 이 클래스는 가죽제품을 다루는 최상위 자격증 반이다. 현재 속해있는 ‘알테흐넝스(Alternance)’는 특별반으로서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실제 필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2~3주간은 직장생활, 또 2~3주는 학교수업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 2년 과정이다.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공부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진화디자이너는 이번에 학생들의 작품전시회와 함께 패션쇼에 참가해 의상에서 가죽소품에 이르기까지 토탈패션을 제안해 갈채를 받았다. 이 학교에서는 패션쇼와 전시를 위해 학생 작품들, 마케팅, 모델들, 액세서리, 아틀리에 장소 등을 후원했다. 이번에 이진화디자이너의 패션쇼는 리세 드 라 모드의 기술교육의 효과를 축약해 입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리세 드 라 모드에 속해있는 E-Mode는 디지털 프린트 아틀리에로 디지털 프린트를 직접 배우고 샘플 작업을 할 수 있는 산업 교육기관이다. 실제 현존해 있는 ‘끌로에’와 같은 브랜드들과 신생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해 오고 있다. 이진화는 이곳에서 각종 디지털 프린트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기계, 섬유에 대한 수업을 듣고 실제 패션쇼에 쓰일 프린트들을 직접 작업했다. 이런 과정들을 패션디자이너 이진화의 컬렉션을 통해 직접 재현한 것이다.

가죽제조반의 경우 감성과 테크니컬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데 미술교수, 제작교수가 함께 상주하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미술교수가 영감을 떠올릴 주제와 아트포트폴리오를 제작하게 하고 기술교수는 그 것이 작품화하는 테크니컬과정을 지도함으로써 예술을 상품화, 현실화하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모든 교실은 이러한 교육을 위해 앞쪽은 이론을 공부하는 책상, 뒤편은 각종 첨단기기와 실습을 하는 장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교육이념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기계, 소재 할 것없이 프랑스 전역의 전문기업들은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때 마다 리세 드 라 모드에 기증하고 기술을 전수하는데 현업경력이 있는 교수들이 직접 기술을 흡수해 학생들에게 빠르게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업에 취업했을때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소재창고의 경우만해도 전문교수가 상주해 있으면서 학생들이 과제에 맞는 원, 부자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와 지도를 하고 있었으며 렉트라 및 무봉제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협찬에 의한 설비를 완벽하게 구축한 실습실등이 공개됐다.“학생들은 늘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면서 “감성과 이론 중심 교육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엔지니어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관계자는 특성을 설명했다. “항상, 기업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중점을 두고 교육의 한 축을 산업계에 깊이 꽂고 있는 리세 드 라 모드는 프랑스가 많은 국가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패션명품국가로 흔들리지 않는 위상을 보여주는 원동력을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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