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아웃도어 업체인 A사와 거래하는데 원단의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클레임이 제기됐다.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택가(의류 소비자가) 만큼 물어주고 거래를 끊었다. 그나마 양이 적어 회사는 보존했지만 이 회사와 거래하다 문닫은 곳이 작년에만 3곳이 넘었다고 들었다.” (프로모션 T社 대표)작년과 올해 불경기가 심화되면서 각종 원부자재를 납품받는 패션의류 업체들의 부당하게 청구된 클레임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관행상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하자를 문제 삼아 납품 단가를 깎는가 하면 의류 소비자 판매가액에 준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과도한 클레임이 횡행해 규모가 작은 중소 프로모션 및 컨버터 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 같은 과도한 클레임 부과 기준이 현실에 맞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아웃도어 의류 제조업체 8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업계 불공정 거래 관행 해소를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대금 미지급 및 과도한 클레임 문제에 대해 업계는 기존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업체와 상생협력 문화를 구축키로 합의했다.클레임 제기와 관련,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존 소비자가의 약 50~100%를 부과했던 클레임 기준을 납품가 기준으로 완화키로 했다. 엘에프(LF) 역시 현재 소비자가의 25~40%를 부과하고 있는 클레임 기준을 납품가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클레임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던 업체들이 자신들의 부당 행위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클레임 규정을 명확히 하고 하도급 대금 지급 관행을 개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블랙야크는 앞으로 납품업자와 계약 체결시 ‘검사주체·기준·방법 등’을 상세히 적시한 세부 검사 규정을 첨부해 검사 관련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로 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하도급 대금 지급은 60일 기준을 지키고 있고 클레임은 이미 사입가(납품가) 기준으로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레드페이스는 지난 8월부터 물건 납품일 기준 60일 이내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전에는 60~120일 만기 어음 또는 어음 대체 결제 수단으로 지급해 왔다. 이날 정 위원장은 “하도급 대금 관련 불공정 행위 및 과도한 클레임 징수 문제가 의류 하도급 업체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고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간담회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 삼성물산, 엘에프, 영원아웃도어, 블랙야크, 케이투코리아, 네파, 레드페이스 등 8개 업체가 참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아웃도어 뿐만 아니라 타 패션의류 브랜드들의 불공정 거래 관행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모 프로모션 업체 관계자는 “현금 결재는 커녕 4개월 이후 대금을 결재하면서 금액도 작게 쪼개 찔끔찔끔 주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이는 비단 아웃도어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