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한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강동준의 컬렉션에는 보는 이들을 설레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시원시원한 스타일과 무채색의 무표정함속에 그 만의 내재된 섬세한 디테일이 있다. 마치 강인해 보이는 남성의 내면에 감춰진 소년의 감성처럼.
그동안 해외에서 의상을 선보여 오면서 ‘한국적’ 이라는 평판을 들어 온 강동준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에 ‘한국의 감성’을 테마로 그만의 아방가르드한 무드와 서양의 테일러링을 절묘하게 접목했다. 2016 S/S 헤라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가장 성공적인 컬렉션 무대연출과 뛰어난 의상을 선보인 디자이너로 선정된 것은 그 동안 국내외에서 활약해 온 강동준의 내공을 입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시즌에는 나의 뿌리, 그리고 우리의 뿌리이기도 한 한국적인 멋을 컬렉션에 담아내는데 주력했다”는 강동준 디자이너는 전통의상인 한복 특유의 우아함과 여백의 미를 서양복식에 적용해 또 다른 남성미를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블랙, 그레이, 네이비 등 무채색으로 동양 남성의 묵직함과 대범함을 표출했고 옐로우, 그린 등은 컬렉션 중간의 환기효과의 서양의 색상을 대변하는 듯했다. 잘 맞아 떨어지면서 신체를 구속하지 않고 남성미를 강조하는 테일러링은 전체적인 조화의 축을 살렸다.
한국 전통복식에서 보여지는 자수와 흉배 등이 디테일로 활용되면서 현대적 재해석이 이뤄졌고 왕가나 사대부, 무사의 의상이 느껴지는 스타일들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컬렉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북소리는 심장박동과 맞춰 런웨이에서 모델들의 워킹에 박진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디그낙(D.GNAK)은 강동준의 예명을 뒤집은 것이다. 그 만큼 실험성과 상식을 엎은 새로운 발상의 의미를 내포하는 듯하다. “보기드문 남성컬렉션이었다”는 찬사가 다음시즌에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