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연산업은 아직도 설자리가 탄탄한 모양이다. 섬유산업 스트림 전반에 ‘죽겠다’는 소리가 아우성치는데도 가연업계는 ‘나 몰라라’ 풍조가 만연하다. 뒷짐의 모양새가 경쟁력의 발로라면 문제삼을 일조차 아니다. 사실이었으면 바람도 크다. 지금 외국산 DTY가 봇물 터지듯 안방으로 밀려온다. 그렇지만 가연업계의 대응은 미적지근하다 못해 아예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등 따뜻하고 배부르다는 뜻인가.
오는 6월18일은 중국산 DTY에 대한 3차 재심요구 시한 날짜다. 주어진 시간은 이제 열흘 남짓에 불과하다. 만약 이 날까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3차 재심요구가 없으면 지난 10년간 부과해오던 덤핑관세는 올해 말로 종료된다. 당장 내년부터 덤핑관세가 사라지고 한·중 FTA발효에 따라 무관세 수출도 머지않았다. 무자비한 중국산 DTY의 안방유린을 알린다. 가연업계가 이 상황을 맞아서도 살길을 찾을 수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어느 나라건 외국제품이 안방유린에 나서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국의 이익 앞에 선·후진국이 따로 없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빼드는 게 덤핑제소다. 단적으로 덤핑제소는 높은 덤핑관세 부과를 통해 외국산 수입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전가의 보도다. 또 빼어든 칼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연장과 재 연장에 눈을 부라린다. 명분은 자국산업 보호라는 데 닿는다. 그런데 한국의 가연업계는 마치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 들리나 보다.DTY 덤핑관세 부과는 2006년 티케이케미칼 성안합섬 2개 화섬업체가 반덤핑제소에 나서면서다. 무역위원회가 국내 산업의 피해 심각성을 인정하면서 2006년 10월20일부터 3년간 원심부과에 이어 2010년 5월18일부터 3년간 재심부과를 거쳤다. 지금 덤핑관세는 2013년 11월부터 올해 말까지 2차 재심 부과가 진행 중이다. 3차에 걸친 덤핑관세 부과는 대기업 화섬업체가 앞장섰다. 이게 문제의 발단이자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했다. 3차 재심신청을 놓고 더 이상 대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으로 불거졌다. 자연스럽게 중소가연업체가 자발적으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맞물렸다. 화섬 대기업과 중소가연업체들간 덤핑제소 공조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거세지는 외국산 DTY 안방유린
연 DTY 수입량 10만t 웃돌아
중국산 덤핑관세 부과 못하면 가연산업 초토화
선·후진국 자국산업 보호에 눈 부라리는데
공조 제소실행 깨는 사태는 ‘小貪大失’ 결정판
지난 10년간 부과해오던 덤핑관세율은 비록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나마 소나가 수입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였다. 이제 이마저 올해 말을 기점으로 사라질 상황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덤핑관세 보호막으로 자생력을 키웠다면 다행스럽다. 이도 아니면 3차 제소실행을 앞두고 공조를 깨는 사태는 이해 할 수 없다. 그동안 중소가연업체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며 외쳤던 아우성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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