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강연
동대문 시장이 온라인으로 대변되는 급격한 유통구조 변화와 對中 의류 수출 감소로 위기에 처해 있다. 과연 동대문 도매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난해한 주제에 대해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가 ‘맞불‘을 놓고 나섰다.김 대표는 지난 15일 개최된 ‘도매시장의 미래’라는 강연에서 현재 동대문 시장의 위기 원인을 내수 부진과 중국 수출 부진이 아닌 생산의 문제로 귀결 지었다. 그는 “내수가 살아나고 對中 의류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고 해도 품질과 납기가 지켜지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해 질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패션 시장은 매년 커져가는데 동대문은 국내외 바이어들이 만족할 수 있는 표준화된 품질과 납기가 지켜지지 않아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는 뜻이다.
현장의 의견도 이와 일치한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양홍섭 혜양엘리시움 대표는 “중국에서 일주일 납기로 수천장~1만장 오더가 오면 상인들이 물량 소화를 못한다. 품질 역시 균일하지 않아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패션산업 부활에 성공한 이탈리아는 거대하게 확장된 동대문 시장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롤모델 삼자고 강조했다. 가내수공업 형태의 소규모 기업과 보수적 경영 마인드, 소극적인 R&D 투자 등 이탈리아 패션산업은 동대문과 유사점이 많다.
한때 전 유럽을 커버하며 세계 패션 시장을 좌우했던 이탈리아는 중국 의류 산업 및 SPA 브랜드 약진으로 붕괴 지경에 놓였다. 그러나 끊임 없는 내부 혁신을 통해 다시 넘버 원 패션대국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성지 회복을 위해 이전에 쓰던 ‘Made in EU’를 버리고 ‘Made in Italy’라는 프리미엄 인증 제도를 정착시키는 한편 산발적이던 전시회를 1개로 통합하는 자발적 기업합의를 도출해 냈다.
여기에 세계 최초 디지털 프린팅 기업인 ‘MS 프린팅 솔루션’이라는 걸출한 IT융복합 기업의 탄생은 이탈리아가 텍스타일 디지털 프린팅 글로벌 표준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됐다. 섬유패션과 IT의 결합은 노쇠한 산업에 ‘젊은 피(young blood)’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했고 끊임없는 성장과 혁신의 길로 들어섰다.이에 영감 받아 일본은 ‘J Quality’를 기치로 ‘웰 메이드(well made)’ 개념을 도입해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미국 뉴욕은 ‘Made in NY’를 내세워 낙후된 브루클린 도심에 패션스타트업을 유치, 新섬유패션 벨트를 구축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김 대표는 “이탈리아는 ‘고급 패션제품’ 일본은 ‘웰 메이드(잘 만들어진 제품)’를 기본 아이덴티티로 삼았다면 동대문 시장은 ‘트렌디하고 스마트한’ 컨셉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동대문 시장의 장점인 빠른 반응생산을 온라인·모바일과 접목해 트렌디한 제품을 스마트하게 판매한다는 인식을 심자는 것이다. 그는 동대문 시장이 자체적으로 품질과 납기 관리에 성공하면 발길을 돌리는 중국 바이어를 붙들어 다시금 부활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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