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렉트라 본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급속한 산업변화 대응전략을 수립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렉트라에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의미인가.
“렉트라는 (1~4차 산업혁명 변화에 따라) 1.0으로 시작해 4.0전략까지 버전을 업그레이드 해 왔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전략을 렉트라 4.0으로 부른다. 이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4.0, 즉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은 ‘빅 데이터(Big Data)·사물인터넷(IoT)·연결성(Connectivity)’ 3개 키워드로 압축된다.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냐”며 어렵게 생각한다. IoT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결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예를 들어 보자. 집에 있는 냉장고 문을 몇 번이나 열었고 문을 한번 열 때마다 얼만큼의 열 손실이 생겼는지를 알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냉장고에 센서를 달아 두고(IoT) 여기서 나온 수많은 정보(Big Data)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소비자는 훨씬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생산도 마찬가지다.
-작년부터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다. 너무 갑작스럽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변화는 왜, 어디서 태동됐나?
“프랑스 렉트라 전략기획팀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핵심 소비계층의 소비행태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Generation)’의 등장이다.
-섬유패션산업에서는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의제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연간 5억 켤레, 3억 켤레를 생산한다고 한다. 양사에 신발을 납품하는 공장의 40%가 베트남에 있다. 이 곳 벤더들에게 2019년까지 반응 생산할 수 있는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라는 주문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 앞으로 이들 기업은 완전 자동화에 가까운 자국 생산과 해외 저임금을 활용한 전통적 개념의 생산, 2개 축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독 신발산업의 자동화, 4차 산업화 속도가 빠르다. 이유가 뭘까.
“신발은 의류봉제와 (생산 공정이) 조금 다르다. 신발은 갑피와 바닥솔 크게 2가지로 나눠진다. 이 중 바닥솔 제조는 기계나 자동차 설계와 유사하다. 공정이 완전히 분리돼 있는 반면 그 과정은 굉장히 많다. 갑피 역시 의류 봉제와는 다르다. 의류는 재단시 여분을 두고 하지만 신발은 커팅 단면이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다. 정밀하게 잘라야 한다. 자동화 공정이 필요한 이유다.”
-의류봉제산업의 4차 산업혁명 도입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수요 맞춤형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유망할 수 있다. 렉트라는 2007년부터 각종 생산 과정을 모니터링 하는 160여개 센서가 달린 자동 재단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센서는 재단할 때 나오는 많은 생산정보를 제공한다. 재단만 놓고 보면 이미 낮은 단계(low level)의 자동화(4차 산업혁명화)는 구현됐다고 본다. 문제는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봉제공정이다.
-모두 라인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에 국한된 이야기 같다. 창신동 숭인동 같은 영세봉제공장에는 요원한 일 아닐까.
“일본은 15년 전부터 가내수공업형태 봉제공장에도 자동화 재단기를 도입했다. 정부가 40년간 무이자로 약 1000만엔을 지원했다. 도입률이 굉장히 높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이 뒤따르면 작은 영세 공장도 초기 자동화는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공정 혁신, 자동화는 인간사회를 너무 각박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일자리를 뺏긴다는 상실감도 있다.
“2가지로 접근해 보자.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나 설비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 아니다. 그걸 도입해서 내재화하는 것이 더 큰 목표다. 사람을 움직여야 하는 섬유패션산업은 업무 표준화가 어렵다. 또 의류는 소재 특성상 변동요인이 너무 많다. 자동차는 과정이 많고 복잡하지만 표준화가 돼 있어 도입이 쉽다. 의류봉제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자동화 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우가 많아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조심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경영자는 생산성을 극대화해 이윤을 최대화 하는 과제를 안고 산다.
또 다른 하나는 기술적 접근이다. 예전 소량 생산체제에서는 어떤 제품이 어느 라인을 타고 흐르는지, 어디가 잘못됐는지 파악하기 쉬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달 생산량이 10만 장인데 1만장을 추가로 만들었다고 보자. 공장은 그만큼 해야 할 다른 일을 못한 거다. 이건 공장에서 심각한 사고다. 어디서 어떻게 해결 방법을 찾을 건가. 이런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진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어떻게 보면 서글픈 이야기 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