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스파클, 14개월간 500ml 폐페트병 2750만병 역회수
[현장르포] 스파클, 14개월간 500ml 폐페트병 2750만병 역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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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반 동안 24단계 거쳐 고품질 플레이크로 재탄생
30% 이상 비싼 몸값으로 고급 의류 소재로 쓰여

# 지난 1월 21일 경기도 남양주시 이윤자(76)씨 집 앞. 스파클 생수 2리터짜리 폐페트병 18개가 문 앞에 놓여 있다. 이씨는 생수병 라벨을 제거하고 납작하게 찌그러뜨려 문 앞에 뒀다. 1월초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수를 다 마신 후 비닐백에 차곡차곡 넣어둔 것이다.

생수전문 기업 스파클은 티케이케미칼 수지로 생수병을 만든다. 티케이케미칼은 폐페트병을 깨끗하게 수거 가능한 스파클과 협업해 페트병을 역회수한다.
생수전문 기업 스파클은 티케이케미칼 수지로 생수병을 만든다. 티케이케미칼은 폐페트병을 깨끗하게 수거 가능한 스파클과 협업해 페트병을 역회수한다.
스파클 배달 중간 대리점인 중계점 이종현 사장은 아침 8시쯤 생수를 배달하고 이윤자씨가 내놓은 폐페트병을 수거했다. 이날 70여 가구에 생수를 배달하고 일곱 집에서 나온 폐페트병을 회수해 대형 마대인 톤백에 모았다. 스파클 센터 대리점 사장들이 모은 10여t 페트병은 일주일 후 충남 아산시 다원 스파클 물류센터로 보내진다. 그는 “국내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이 제대로 분리 수거가 안 돼 해외에서 폐페트병을 수입해 의류용 원사로 만든다는 말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파클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2월31일까지 온라인 고객이 내놓은 폐페트병 405여t(500ml 기준, 2750만병)을 회수했다. 티케이케미칼이 만든 수지로 생수병을 생산했다. 고객이 문 앞에 내놓은 폐페트병을 대리점 사장들이 역회수한 것이다. 유경모 스파클 전무는 “대리점 사장이 받는 수거비용은 폐페트병 1kg당 400원 정도다. 노동 강도에 비해 주는 돈이 터무니없이 적다. 스파클은 미래 고객 확보와 서비스 및 환경 생태계 보존을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파클은 빈병 회수 서비스를 하면서 작년 폐페트병 압축 기계 구입비를 포함해 직원 인건비 등에 2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직원이 폐페트병을 압축해 만든 묶은 더미인 베일을 만들기 위해 압축 기계를 돌리고 있다.
직원이 폐페트병을 압축해 만든 묶은 더미인 베일을 만들기 위해 압축 기계를 돌리고 있다.

# 다음날인 1월 22일. 충남아산 대정스파클 물류센터 마당에는 전국 50여 대리점에서 도착한 폐페트병이 산처럼 쌓여 있다. 건물 뒤 마당에는 50여개 베일(veil: 폐페트병을 압축해 만든 500kg의 묶음 덩어리) 더미가 놓여 있다. 직원들이 톤백을 압축기계에 쏟아 부으면 기계에 들어간 페트병은 뚜껑이 분리되고 압축돼 나온다.

25~30분이 지나 베일 더미가 만들어진다. 직원이 베일을 지게차에 싣고 뒤 마당에 쌓는다. 압축기계는 한꺼번에 400kg을 압축할 수 있다. 유경모 전무는 “초기 100~200kg 압축기계를 샀다가 폐페트병이 늘어나면서 400kg 처리 가능한 기계를 다시 샀다”고 말했다.
깨끗한 폐페트병 압축 더미인 베일. 오른쪽은 이물질이 많은 베일.
깨끗한 폐페트병 압축 더미인 베일. 오른쪽은 이물질이 많은 베일.

#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1만8182㎡ (5500평)부지의 두산이엔티는 베일로 플레이크를 만든다. 이곳에는 스파클과 천안시에서 수거한 폐페트병 더미가 쌓여 있다. 코로나 19 이후 수거량은 늘어났지만 팔리는 플레이크 양은 줄었다. 플레이크 공장인 두산이엔티는 티케이케미칼과 스파클과 협업을 맺고 고품질 플레이크 생산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달 간 천안시와 스파클이 수거해 압축한 베일 90여t이 이곳에 들어왔다. 이중 스파클이 수거한 고품질 폐페트병으로 만든 플레이크가 최고 품질의 의류용 장섬유로 쓰인다. 천안시수거 페트병은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용기에 사용된다. 탁용기 두산이엔티 대표는 “고품질 플레이크는 초기 페트병이 아주 깨끗해야 고순도로 만들어진다. 기존 중저가 플레이크보다 공정도 2배 이상 걸린다”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품질 생산에 나섰다”고 전했다.
김포에 위치한 플레이크 공장은 투명 페트병의 라벨과 뚜껑 등을 제거하고 세척, 파쇄해 플레이크를 만든다.
김포에 위치한 플레이크 공장은 투명 페트병의 라벨과 뚜껑 등을 제거하고 세척, 파쇄해 플레이크를 만든다.
오늘은 스파클이 수거한 폐페트병을 플레이크로 만드는 날이다. 원사용 고품질 플레이크는 뚜껑과 라벨이 제거된 후 색상 선별 후 파쇄되는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물질 제거를 위한 세척이 반복되면서 총 24단계를 거친다. 한번 들어간 물량은 3시간 30여분이 걸려 완성된다. 탁용기 대표는 “깨끗한 폐페트병이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불순물 제거 공정을 거치면서 20~23% 내외가 쓰레기로 남는다”며 “고품질 플레이크가 저가보다 가격이 30% 비싸지만 양이 적어 아직은 이윤이 적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강북, 은평구 등 여러 구청과 지자체에서 보내는 수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코로나 19로 경제가 침체되고 패션 기업의 수요가 부족해 나가는 양은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에는 고품질 의류용 플레이크가 4회 생산돼 출고됐다. 이후 완성된 플레이크는 균일화된 플레이크칩을 만드는 회사에 보낸다. 티케이케미칼은 플레이크칩을 녹여 가늘고 긴 원사를 뽑아낸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원사 ‘KrPET에코론’이 완성된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블랙야크는 이 실로 기능성 원단을 만들어 자켓과 티셔츠, 신발 인솔을 만들었다. 올해 S/S시즌부터 고객들은 블랙야크 매장에서 이 옷과 신발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정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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