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회장님, 언론이 불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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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월은 각종 단체 정기총회 시즌
올해 주요단체장 대부분 임기 종료
언론은 소통 위한 공론의 장(場) 제공
단체장 평판 검증은 당연한 책무
사회적 감시 싫으면 수장 자격 없어
2021년 정기총회 시즌이 막을 내리고 있다. 올해는 한국패션산업연합회 한국화학섬유협회 한국섬유수출입협회 대한방직협회 등 주요 단체장 임기가 끝이 나는 해다. 이들 주요 자리의 단체장은 대부분 연임이 결정됐다. 한국섬유수출입협회는 3월 중 정기총회가 예정돼 있으나 현 시국의 위급성과 그동안 협회를 잘 이끌어 온 민은기 회장의 역할을 감안하면 교체를 예상하기 어렵다. 모든 자리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단체장 임기가 종료되는 해의 정총 시즌에는 관련 업계에서 새로운 인물에 대한 관심과 하마평이 자연스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리고 언론은 이런 세간의 평판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장에 대한 업무 능력과 적정성 여부를 가늠하게 된다. 공인에 대한 평판 검증. 이는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책무다. 다양한 사회집단과 세력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함으로써 합의를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일부, 개인의 인격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적어도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단체의 수장이라면 언론의 자유에 더 무게 중심이 실린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때 그 정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개인의 인격권보다 언론의 자유가 우선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업계에는 이런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단체장들이 꽤 있다. 여러가지 주장이 있지만 요약하면 대략 이런 것이다. “(후임 단체장 추대를 두고) 언론이 싸움을 부추긴다.” “기다리면 알 일인데 언론이 앞서서 써 대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언론에 대해 무지하거나, 언론을 무시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본인이 수행해야 할 업무의 중요성을 망각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중의 감시와 견제를 받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그는 공인으로서 자질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를 이끌어 가는 수장으로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런 언사를 버젓이 내 뱉는다. 기자는 특종을 향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오보(誤報)가 나기도 한다. 기자는 최선을 다해 다양한 경로로 팩트를 확인하고 중복 체크를 함으로써 정확한 보도를 위해 힘쓰지만 신(神)이 아닌 이상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오보의 가능성에 함몰돼 공인에 대한 검증을 게을리하는 기자는 직업윤리를 배반하는 더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인격권을 강화하는 추세라 언론의 오보를 바로잡을 수단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인식이 이렇다 보니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불편해하는 단체들도 있다. 주요 섬유패션단체 중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패션산업협회 한국화학섬유협회는 정기총회에 출입기자 참석을 막는다. 무슨 거창한 사유나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원래 그렇게 해 왔거나, (기자가 참석하면) 불편해서 그렇다”는 답변에는 더 덧붙일 말도 없다.  공공단체가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단체장 평판 검증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와 대동소이 할 것이다. 반면 한국섬유수출입협회는 정기총회를 업계와 기자가 소통하는 대화의 장으로 활용한다. 한국의류산업협회 역시 그랬으나 한국패션산업협회로 통합되면서 지금은 참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악의적 편향 기사 또는 불편부당(不偏不黨)하지 않은 대우로 인해 언론을 신뢰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면, 그 언론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은 절대 성역(聖域)에 있지 않다. 남을 비판할 권리가 있는 것보다 더 크게 비판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한다. 청컨데, 기자 앞에서는 의견을 가다듬어 입과 말을 단정히 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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