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이 무서운 건 아니다
[한섬칼럼]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이 무서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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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안, 문광부 소위 통과
한쪽에 치우친 권리보장은
사회의 균형 허무는 개악
건전한 비판과 감시 없이는
지속가능 사회 만들 수 없어
코로나 이슈에 갇혀 많은 중요한 일들이 가려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여러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바로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이에 따르면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피해자는 인정되는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 또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해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범위에서 손해액을 정하도록 돼 있다. 여론은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양 극단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가짜 뉴스를 남발한다는 불만과 권력 비판의 통로를 막고 언론을 길들이며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섬유신문은 산업경제지다. 주관을 배제한 명시적 사실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허위 사실 유포나 악의적 왜곡이 끼어들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다고 기사를 둘러싼 논란 당사자와의 이해관계 갈등이 없을까? 최근 모 업체로부터 기사에 언급된 대표이사 이름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일이 있다. 이 업체는 대표이사 성명이 기사에 노출되면서 외부에서 영업을 시도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모 캐주얼 브랜드는 한국섬유신문에 실린 2015년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려 6년이 지난 시점이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의 회사 방향 및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바뀌었다는 게 이유였다. 취재원 동의하에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출고된 기사들임에도 이런 일은 수 없이 많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기네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발생하는 모든 피해에 대해서는 신문사에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근거가 바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언론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해서는 안되며 이를 침해한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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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관련 법률을 언급하지 않아도 언론의 부당한 기사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많이 있다. 그럼에도 이해 당사자의 피해 범주를 지나치게 확장하면 언론은 제대로 된 비판과 감시 기능을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돈을 주고 신문을 사 읽는 독자의 권리까지 침해하게 된다. 서두에 언급된 ‘언론중재~일부개정법률안’은 피해의 책임을 자로 재듯 재단하여 배상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허위 보도의 악의성(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이 언론사에 있다는 점도 불합리해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가진 미국은 악의성 입증 책임을 문제를 제기한 쪽이 지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미연방대법원은 1964년 뉴욕타임스對설리번(News York Times Co. v. Sullivan) 사건에서 공직자 또는 공인은 공적 사안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 배상은 발언자(speaker)가 실제 악의를 갖고 행동했음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판시했다. 뉴욕타임스를 피고인으로 미 대법원까지 올라간 이 사건은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이해 당사자의 자기 주장관철과 사실을 기반으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언론의 노력은 항상 대칭의 갈등선상에 놓여있다. 한쪽에 치우친 권리 보장으로 이 균형이 깨진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여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 편집국 기자들은 정당한 자기 직분을 수행할 때마다 5000만원~1억원의 손해배상 각오를 하고 기사를 써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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