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간지나는 수트’ 권장하는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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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브랜드는 패션산업 근간
골프·캐주얼·스포츠 사업확장
선진기술 도입 ‘상향평준화’
물량·가격싸움 초심 잃어
시대적 변화에 ‘유연성’ 길러야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은 남성정장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고나면 브랜드들이 하나씩 탄생했을 정도였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브랜드만 90개가 넘었다. 종합패션사의 매출 비중은 60~70%이상 정장브랜드가 도맡았고 이에 힘입어 골프, 스포츠, 아웃도어, 여성복사업이 시작됐다. 남성정장은 경제성장기와 맞물려 남성들의 출근복이었고 ‘공산품’으로 인식됐다. 대형기업은 남성정장 브랜드를 내셔널, 라이센스, 캐릭터 조닝으로 또, 고가·중고가·중가·중저가 대별로 다양하게 확보했다. 기업별 수십만착을 매 시즌 쏟아냈다. 남성복비즈니스는 ‘물량’과 ‘원활한 물동량 공급’이 승부수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이탈리아 마르조또社와 기술제휴를 맺어 제품의 상향평준화에 큰 공을 세웠다. LF(당시 LG패션)역시 내셔널 브랜드의 고급화와 해외브랜드 라이센스계약을 통해 유럽의 기술을 접목하고 명장을 기용, 명품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서울 근교와 구로, 대전, 대구경북 등 최고 공정의 신사복 공장들이 밤낮없이 가동됐다.
정장판매는 사회, 경제 현상에 큰 영향을 받았다. 경제 혼란기에는 여지없이 매출이 떨어졌다. 취업·결혼 시즌, 선거철이면 반등했다.  남성정장은 외형이 큰 시장인 만큼 재고 또한 만만치 않았다. “매출이 곧 인격”이란 말은 외형확대와 더불어 내실보다 얼마나 숫자에 연연했는지를 입증한다. 외형은 매 시즌 두 자릿수 신장을 지속하고 재고부담도 그만큼 가중됐다.  현재 ‘남성복 전문 브랜드’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정장의 개념과 남성복 착장 트렌드가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사의 책임도 크다. 백화점 유통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휘둘림’은 어쩔수 없었다. 고급조닝을 구성하기 위해 직수입 라인을 종용했고 “신규 입점을 원하면 라이센스 브랜드를 런칭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IMF직후에는 백화점이 중저가조닝을 확대하면서 앞다퉈 중저가 브랜드들을 런칭했다. 백화점의 위기극복 프로젝트에 발맞추느라 브랜드들은 초심을 잃었다. 재고소진을 위한 정장의 할인율이 높아지고 또 백화점의 세일 종용이 지속되면서 남성정장 브랜드는 내실과 효율을 제고할 수 없었고 사업경쟁력 확보에도 실패했다. 모두 한 방향으로 미친 듯 달렸고 제어가 안됐다. 요즘 정장의 개념은 많이 다르다. 수트와 화이트셔츠, 넥타이를 갖춰야 하는 격식에서 자켓하나만 걸쳐도 된다. 또한 남성복의 범주는 ‘전문브랜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 영역도 접목된다. 스포츠는 남성복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비롯한 해외남성복 브랜드들은 시그니처인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최대한 편안하고 활동적이면서도 엣지있게 스포티즘을 반영한 컬렉션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걸맞는 트렌드접목으로 고객들 욕구를 충족하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 것이다. 요즘 누가 정장을 입냐? 라는 반문을 하지만 코로나 이전까지 연예인처럼 ‘간지나는 수트빨’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있었다. 테일러샵을 찾아와 럭셔리 브랜드처럼 맞춰달라는 요구도 늘었다. 마켓이 변화한 만큼 남성복브랜드역시 ‘컨템포러리’ 한 유연성을 갖춰가고 있다. ‘정장=격식’이라는 따분한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간지’나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성, 남성복 마켓의 구분을 넘어 ‘유니섹스’, ‘젠더’로의 확장 및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사고가 유연성, 시대적 변화속에 남성복 패션의 역사도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포기’ 보다 ‘변화’를 통한 ‘재탄생’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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