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상처를 치유하고 즐거운 놀이를 만드는 업사이클
[오피니언 기고] 상처를 치유하고 즐거운 놀이를 만드는 업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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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모이장 설치해 10억리터 빗물 예방책
피해 입은 고령층 치료회복에 관심 필요
놀이와 아트테라피 융합되는 ‘플레이 31’
업사이클 디자인이 자연 회복과 환경운동
산불이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가 왔다. 2022년 봄을 정치의 계절로 뜨겁게 달구었던 대선을 불과 5일 앞두고 시작된 경북 울진 산불은 열흘 만에 축구장 3만 5000개가 넘는 산림을 불바다로 만들고 나서 비가 내리자 가까스로 진화됐다.  그동안 우리는 전 국토의 70%가 푸르른 산림으로 가득 차 있고, 여름에는 홍수가 날 정도로 물이 많은 나라여서인지 까짓것 산불 정도는 대충 타다 말겠지 하며 안일했다. 2019년 봄 강원도 속초 산불 때도 해마다 잦아지는 산불과 날씨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 전국 소방서에서 출동한 472대의 장엄한 소방차 행렬에 언론이나 시민들은 가슴 뿌듯하다고 했다.  올해 산불은 완전히 다르다. 건조한 봄마다 연례 행사처럼 맞는 산불이었지만, 올해는 그 공포의 질감과 크기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었다. 불바람이라고 할 정도로 메마른 강풍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가운데 산불에 기름통 역할을 할 금강송 군락지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핵발전소 부근까지 접근한 산불은 정치 이슈를 압도하는 강력한 뉴스였다. 과연 기후 위기와 산불은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천재지변인지 인재인지 모를 공포의 산불 이후 우리 사회는 무엇을 고민하고 또 대처해 나가고 있을까.  산불이 지나가고 검게 그을린 자리는 모두 죽은 듯 보인다. 그래도 생명은 나무 밑둥치에서 자라난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다시 풀과 나무가 우거지고 산림은 푸르게 될 것이다. 자연의 회복 시간을 미리 앞당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상 기후로 인해 산불이 너무 자주 크게 발생하게 된다면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여유가 없이 토양은 산성화되고 민둥산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토목공사를 벌이기도 하지만, 악순환이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산불 예방책으로 2018년부터 2년 동안 전국 500여 곳에 물모이장을 설치해서 총 10억 리터의 빗물을 모아 두었다고 한다. 이번 동해안 산불 지역 토양의 습도가 겨우 35% 미만으로 산불 진압이 매우 어려웠던 것을 고려하면 우리도 물모이장 설치를 생각해 볼 일이다. 
훼손된 산림자원 이상으로 주민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재산상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재해로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었기 때문에 그 정신적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고령층이 많아 치료와 회복에 세심한 정성이 필요하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교육용 키트를 전문적으로 개발해왔던 업사이클 기업 플레이31은 갖가지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는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사용자의 특성상 그림을 세밀하게 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스탬프 도장으로 톡톡 찍어누르기만 해도 형형색색 그림이 나오도록 재미있게 디자인했다. 처음 나온 제품은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후원으로 치매 노인을 위한 아트테라피로 사용됐다. 희미하게 남아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좋아하는 취미 등을 묻고 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보따리가 열리고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소외된 계층을 위한 배려에 집중하는 플레이31의 업사이클 철학은 장애아동, 다문화 어린이, 난민 아동, 저개발국가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폐플라스틱을 녹여서 만든 직조도구나 귀상어, 톱상어 등 멸종위기 동물 모양의 DIY 키링으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창의력과 자신감을 키우도록 돕는다. 작은 종이 블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환경실천을 다짐하게 하는 스토리 빌더, 페트병 뚜껑을 버리지 않고 배가 불룩해질 때까지 모으도록 하는 소재 저금 인형은 업사이클이 즐거운 놀이와 융합된 결과물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당한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건강한 삶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업사이클 디자인은 훼손된 자연을 회복하는 환경운동과 더불어 너무도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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