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반 유니섹스 내추럴웨어 브랜드
SS 키워드는 ‘환기’…여성복 라인 강화
활동성 강조한 벌룬팬츠·더플코트 인기
연매출 10억…내실 챙기면서 성장할 것
-말렌은 어떤 브랜드이며 이번 SS시즌 콘셉트는 무엇인가.
“‘편안함에서 오는 평안’을 슬로건으로 한 내추럴웨어 디자이너 브랜드다. 트렌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자는 발상으로 2019년 3월 런칭 이래 활동성을 강조한 자연스러운 실루엣의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브랜드의 기반인 부산은 지역색이 굉장히 명확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평생을 산 곳이기 때문에 브랜드에 현지 정서가 많이 녹아 들어있다. 이를테면 부산은 한복이 굉장히 발달한 곳인데 말렌 역시 한국적인 선이 돋보인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말렌은 매 시즌 긍정적인 콘셉트로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한다. 올해 SS의 키워드는 ‘환기’다. 엔데믹과 경기침체 등으로 사회변화와 스트레스가 많은 시점에서 다들 숨을 돌릴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6개월 동안 치열하게 준비한 신상품 20sku 정도가 1차로 발매됐고 4월 말에 10sku가 추가 출시될 예정이다.
코튼과 린넨이 주요 소재이며 갑갑하지 않은 디자인과 담백한 컬러로 편안함을 극대화했다. 말렌의 정체성인 유니섹스를 기반으로 하되 0호까지 사이즈를 다양화하고 스커트를 추가해 여성 고객의 선택지를 늘린 점이 특징이다. 4월에는 원피스 출시도 예정돼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이력과 런칭 스토리가 궁금하다.
“부산에서 패션디자인학과를 전공한 후 서울에 상경해 패션회사 막내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3개월 만에 부도를 경험하거나 직장 내 갑질을 당하는 등 불합리한 일을 여러 번 겪었다.
현실의 벽 앞에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고, 결국 패션업계를 떠나 웹디자인 팀장이나 경호원 등으로 다른 업종의 경력을 쌓기도 했다.
다시 의상 제작에 몰두하게 된 건 2018년 겨울 ‘부산패션위크’에서 단독 패션쇼 기회를 얻으면서다. 6개월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면서 30여 착장을 준비했다. 막상 패션쇼는 지인을 제외한 관람객이 얼마 안 될 정도로 한산했지만 10여 명이 쇼가 끝난 후 찾아와 축하와 응원의 말을 전해주었다. 그 격려가 브랜드를 런칭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부산 창작스튜디오의 보증 대출로 2019년 봄에 첫 시즌을 선보인 이래 말렌은 매년 두 배가량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며 연 매출 10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브랜드 팬덤이 확고하고 재구매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별다른 인맥이나 큰 자본 없이 시작했으나 취향이 맞는 고객들과 꾸준히 좋은 관계를 맺으며 내실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어떤 층이며 온오프라인 유통전략은 무엇인가.
“연령대나 성별로 소비자를 타깃팅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감도와 취향이 맞는 독특한 소수를 위한 브랜드에 가깝다. 실제 만나본 고객들은 연령대도 다양하고 다들 어딘가 말렌의 이미지를 닮았다.
개인적으로는 답안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성비는 남성이 70% 정도고 앞으로 5대5까지 여성 고객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 판매처는 온라인이다. 자사몰과 무신사, W컨셉, EQL, 29㎝, OCO 등의 플랫폼에서 말렌의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현재까지 다섯 번 진행했다. 지난 2월에는 더현대 대구에서 코로나 이후 첫 팝업스토어를 열어 상당히 좋은 반응을 받았다.
올해 안에 서울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부산에 쇼룸을 오픈하는 등,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말렌’스러운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앞으로의 목표와 추구하는 방향성은.
“10년 후에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져 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브랜드들이 크게 유행했다가 빨리 몰락하거나 연차가 쌓이면서 이미지가 낡고 고루해진다.
당장의 숫자에 연연하기보단 나와 내 가족, 소중한 사람들이 입을 옷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지키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자 한다. 말렌은 독일어로 ‘색을 칠하다’라는 의미다. 그 이름 그대로 차분하고 한결같은 자세로 세상을 말렌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