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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제화업계 매출이 전반
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로 안정궤도에 접어든 것은 아
니지만 어느정도 한숨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반가운 소식에 항상 찬물을 끼얹는 불청객이
있다.
제화업체들은 현재 판매율 상승에 기대를 거는 것 못지
않게 지난해 기승을 부려 매출악화에 부채질 했던 카피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더욱이 F/W제품과는 달리 S/S제품은 하루정도면 완벽
한(?) 카피가 가능하기 때문에 업체들의 고민은 이만저
만이 아니다.
패션업계 중 카피가 존재하지 않는 분야는 없다.
브랜드만 떼어놓고 보면 도저히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이뤄지는 카피는 유독 제화뿐 아니라 우리 패션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제화업에서만 카피문제가 항상 핫 이슈로 등
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류와는 달리 제화는 브랜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품질에 앞서 브랜드를 중시하는 고객에게 어필할만한
메리트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감성소비가 주류를 이뤘던 IMF이전과는 달리 합
리적 소비형태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고객들이 굳이 값
비싼 브랜드보다는 동일한 스타일이면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찾는 경향 또한 카피문제의 심각성을 부채질하
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관련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8월 실시했다가 시행한
지 채 2개월도 못돼 흐지부지 됐던 제화디자인 등록제
를 재 시행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의 제화디자인 등록제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무용지물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롯데백화점에
서만 단독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한 업체의 제품이 카피판정으로 롯데백화점에서의 진열
이 거부당해도 타 백화점에서는 디스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체로 우리는 어느 민족보다 강한 집단주의 의식을 지
니고 있는 민족으로 평가된다.
패션업 자체가 획일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카피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나 카피는 카피이상의 발
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카피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장인정
신이 우선돼야 하지만 시장구조상 불가능하다면 유통업
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 카피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마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허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