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협의회 “협찬계약에 따른 상생·공정이 우선돼야”
#한 패션 업체는 최근 SBS가 위임한 법무법인 제하의 형사고소로 경찰서 출두 명령을 받았다. 방송 의상 협찬 이미지에 대한 무단 사용과 관련한 위법 행위 및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SBS와 브랜드, 홍보대행사간 협찬 의상 관련 방송 캡처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BS가 위임한 법무법인 제하로부터 방송저작물 무단 사용 사실 고지 및 소명자료 요청건에 대한 내용증명우편물 발송에 이어 올해부터는 형사고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안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올해 1월 22개 홍보대행사 업체는 홍보대행사협의회를 구성하고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측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방송사와 홍보대행사 간의 문제가 법적 조치, 소송 등으로 확대될 경우, 연쇄적으로 연예인 방송 출연업무에 따른 출연료 현실화 문제로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며 협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내용 증명이나 형사 고소를 당한 브랜드나 블로거, 홍보대행사가 많게는 수백 곳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브랜드가 이슈화 되는 것을 원치 않아 합의금 지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업체도 다수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합의금 명목이 수천~수억에 달해 편익을 취한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거세지고 있다. 방송사가 PPL 수준의 고액 합의금을 제시한다는 얘기가 패션브랜드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합의금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처사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홍보대행사협의회측은 “방송사들은 연예인 의상 협찬에 대한 구조 및 흐름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와 대행사(또는 패션브랜드 본사) 사이에 방송저작물 사용에 대한 계약이 없는 상황을 악용해 저작권 침해에 따른 법률적 조치를 감행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행사는 의상 협찬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서 연예인으로부터 연예인의 초상, 성명이 포함된 사진 및 영상의 상업적 사용 허락을 받아 해당 방송캡처 본을 사용한 것이다. 방송사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다면, 결과적으로 협찬계약의 불이행 상황이 발생하므로 저작권법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협찬 계약법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방송사의 주장에 따르면 대행사들은 연예인에게 의상을 협찬할 수 없으므로 일일이 유상으로 패션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대행사는 협찬을 통한 효율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수 없으며, 방송사 입장에서도 비용이나 제작물 품질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미래의 잠재적인 광고주들인 패션브랜드 기업과의 관계도 불편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SBS 법무팀에 따르면 “연예인과 소속사는 의상 협찬에 대해 대행사와의 계약으로 초상권 사용에 대한 합의 이후 노출에 대한 거래관계를 맺는다. 방송 화면이나 영상을 사용하는 것은 방송사가 엄연히 저작권을 갖고 있으며 방송사와도 별도의 계약을 통해 이용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방송, 본방송, 다시보기 등을 통한 광고 홍보 효과가 높아 이미 많은 업체들이 방송사에게 저작권에 대한 별도의 댓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는데 그동안 업계 관행을 적용해 무상 허용을 해달라는 요구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SBS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사용되었던 무단 저작권 사용 방치를 정상화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원만한 합의에 대한 창구는 열려있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체 구성 표준 약관·명확한 매뉴얼 시급
내용 증명을 받은 브랜드 한 관계자는 “방송사가 법률적으로 해석해 의상협찬을 PPL(간접광고)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협찬 계약의 구조적인 비즈니스를 모르는 처사다. 건당 몇 백 만원의 단가로 접근해 합의금을 산정하는데 이는 애초 협찬 계약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협찬 의상관련 방송 캡처 이미지에 대한 사안이 갈수록 팽팽한 줄다리기 공방이 이어지면서 저작물 사용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끼리 협의체를 구성해 표준 약관이나 명확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 김성찬 부회장은 “서로 간 불편한 사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저작물을 사용하고 온전한 댓가를 치루는 데 해당되는 이해 당사자인 방송사, 홍보대행사, 패션기업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작물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표준약관이나 매뉴얼을 제정해 원만하게 사용하고 상생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이자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변호사는 협찬 및 방송저작물 사용의 가이드라인을 도출하기 위해서 패션브랜드, 연예인, 방송사 사이 3각 계약 구조를 수립 후 협찬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익을 얻는 연예인의 권익을 위한 연예매니지먼트협회, 연예제작자협회까지도 주체적으로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경 변호사는 “저작권 법리만으로 본 사안을 해결할 수 없다. 연예인 뿐 아니라 방송사까지도 협찬을 통해 의상비를 포함한 방송저작물 제작비를 절감하는 혜택을 누리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저작권을 남용하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궁극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정, 지도하에 거시적, 대승적으로 각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