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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패한 두뇌 전략싸움
한.일 어업협상이 추가 재협상까지 하고서도 결국 상처
투성이로 끝났다.
한마디로 일본측이 어민들과 합숙을 해가며 속사정을
헤아린 데 비해 기본적인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우리
의 고질적인 전략부족이 보기좋게 완패한 것이다.
마치 대학생과 유치원생의 밥그릇 싸움을 연상케 한 이
번 협상의 결과로 이제 많은 어민들이 일터를 잃을 것
은 물론, 생선값은 치솟을대로 치솟을 것이며, 그래도
궂이 먹어야 한다면, 수입품을 사들여 와야 하는 현실
적인 피해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지난해 1월 일본이 일방적으로 어업
협정을 파기한 후 해양수산부는 태스 크 포스팀도 없이
차관보와 담당사무관까지 5명이 협상업무를 전담해 왔
다고 한다.
여기에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달초 선보인 ‘해상왕 장보고(張保皐)’의 공연을 위
해 뮤지컬 추진기획단까지 만들었다는 뉴스가 전달되면
서 사람들은 고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아무튼, 실무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는데도 협정상태를
우려해 일본측과 비준서를 교환, 서둘러 협정을 발효시
킨 외교부의 주먹구구로 인해, 아무 생각없이 일본수역
에서 조업하던 한국어선들은 졸지에 불법어로로 몰렸
고, 일부는 나포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는 이런류의
이야기는 정책의 혼선과 실수가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오는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실패로써 배우는 국제질서
과거에 실수라는 것은 다분히 인간적인 것이였으며, 애
교였다.
「주어진 환경속에서 최선을 다했노라」고 눈물 한번
보이면, 죽일듯이 열을 냈다가도 스르르 모든 것을 용
서해 버리고 마는 못말릴 국민적 정서도 있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실지로 모든 과정을 다 생략하고 결과에 모든 것을 꿰
어 맞추어 버리는 군사 경제정책이 강력한 군주의 표상
처럼 통하던 시대도 지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끼리 밥끓여 먹고 사는 시대가 아니
라 말그대로 모든 장벽이 무너진 국제사회에 부대끼며
사는 시대.
전문가도 아니면서 아무것도 준비한 것 없이 협상테이
블에 앉아서 주고받은 몇가지의 서류가 실지로 얼마나
엄청난 상처와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지금 목하
온몸이 깨지고 터져가며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희박하지만 가능한 목표 (?)
주지하다시피 지금 우리 업계에서도 섬유 패션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올리겠다는 대규모적인 프로젝
트가 대구에서 일고 있다.
어쩌다가 섬유산지의 대표도 아닌 밀라노가 그 엄청난
국가사업의 목표로 부각됐는지 그 내막은 잘 알 수 없
지만, 콩고물 하나라도 묻히기 위해서 모두의 눈과 귀
가 한곳으로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섬유산지를 육성하겠다는 기획이 중간에 뻥튀기
가 된 것인지 원래부터 대대적인 규모였는지도 잘모르
겠지만, 목표는 어느새 세계적인 섬유패션의 중심도시
로 설정되어 있으며, 물론, 내역과 투자규모도 상상을
초월할만큼 부플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프로젝트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이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 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는 말
이다.
수치와 서류만을 들여다 보고 있던 관계자는 「희박하
지만, 가능하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흘렸다고 한다. 비
식비식 웃으면서 말들은 하지만, 전율이 흐를만큼 가공
할 진행상황이 아닐 수 없다.
독주와 책임에 대한 의혹
세계적이라는 말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다.
어디에 내놓아도 번쩍번쩍 빛나는 이름과 단어를 붙이
고 싶은 것이 우리네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를 실현을 위해서 기초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에 대해서는 종종 무관심할때가 있다.
이말은 세계적 중심도시가 되고 싶다면, 그를 위한 갖
가지 여건에 대해 얼마나 조사를 했으며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기준검토는 또 얼마나 실행됐는지, 심지어는 결
과에 대한 책임에 이르기까지의 기본적인 의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적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 즉, 문화
수준이 높아야 하며, 산업의 구도가 완비되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충족 요건이외에, 일본과 해외 선진국들의 산지가 공동
화되어가고 있는 현상에서, 목표가 불명확한 산지 활성
화전략이나 모든 지역적 특성을 다 흡수하고 독주해버
리겠다는 「어패럴밸리」 조성이라는 거대 프로젝트에
대한 설득력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경계되는 비전문가들의 눈속임
그옛날 나폴레옹은 「내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남겨 영웅이 되었다.
누가봐도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그만한
파워와 천부적인 기획력를 갖고 있다는 것이며, 그방면
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