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교통수단 쾌적한 도시 생활 필수
수도권과 비수도권 투자격차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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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관심은 오직 효율과 속도
전기로 가는 차에서 마침내 하늘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일부 구간이 지난 4월 2일에 개통되었다. 우리나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인프라는 깨끗하고 편리하기로 유명하다. 거기에 다시 지하 40m 이상 깊이 파고 들어가 최대 시속 180 Km로 열차가 달리기 시작했으니 미래 첨단도시에 대한 상상이 이어진다.
빠른 교통수단은 쾌적한 도시 생활을 만드는 필수조건이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 간신히 잡아탄 광역버스가 도심을 빠져나가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투자는 누가 뭐래도 최우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늘이 깊다. 수도권에 대한 투자는 비수도권과 부동산 격차를 벌린다. 바야흐로 지방소멸 시대. 그러지 않아도 불붙은 청년들의 탈지방 행렬에 기름을 끼얹는 역효과다. 화려한 역세권 탄생을 축하하는 경제 기사가 아무리 쏟아져도, 불경기에 집값은 내리막길인데 교통비만 훌쩍 올라 괴로운 신도시 주민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철도의 진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1825년 영국에서 최초의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이래, 철도는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고 국가의 흥망을 가름해왔다. 일본제국이 한국과 만주에 건설한 철도는 대륙침략의 발판이었다. 미국이 원주민 인디언들을 멸종시키면서까지 집착한 아메리카 횡단 열차는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책사업으로 초고속열차 노선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근현대 역사는 열차와 자동차의 주도권 다툼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미국 전역에 철도가 촘촘히 깔리고 도시마다 노면전차가 달리고 있을 때 자동차는 한발 늦게 등장했다. ‘철도강국’이던 미국을 ‘자동차왕국’으로 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한 회사는 제너럴 모터스(GM)였다. GM은 미국 전역에서 운행되던 멀쩡한 노면전차를 모두 사들여 파기하고 대신 자동차가 그 역할을 하도록 주도했다. 연방 정부도 대규모 고속도로 건설로 화답하며 자동차 산업을 도왔다.
막대한 양의 셰일가스 채굴에 성공한 미국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자동차왕국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에 직면한 세계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동차에 회의적이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어떻게 대중교통 비율을 늘릴 것인가가 선거 이슈 중 하나였다. 실제 미국인들의 76%가 개인차량을 이용한다. 유럽과 아시아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지속가능 사회를 꿈꾸는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가로막는 미국의 도시 인프라가 구조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난과 도시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의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전자 회사가 자동차를 개발하고, 자동차 제조사가 전자기기를 연구한다. 기술 융합으로 기업의 이합집산과 합병도 빠르다. 애플사는 최근 10년 동안 공들여왔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AI 기술 혁신으로 많은 이들이 자율주행 시대를 꿈꿨지만, 지난해 일어난 대형 사고로 성급한 예측이었음이 드러났다. 도로 위 상황은 너무도 변화무쌍하고 다양해서 아직 현재 기술로 해결하기는 버겁다.
도로가 안되면 하늘도 대안이다. 전통적인 항공기가 아닌 새로운 운송수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구상은 요즘 낯설지 않다. 드론으로 필요한 물품을 운송할 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자동차 행렬 위를 유유히 날아가는 에어 택시는 선망의 대상이다.
기차에서 자동차로, 다시 자동차에서 항공으로 기술의 발전은 빠르고 위대하다. 인류의 관심은 오직 효율과 속도다. 새로운 제품의 등장은 끝이 없어 그 제품을 생산해낼 에너지가 우리 지구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다.
나무와 석탄으로 달리던 기차에서 내렸고, 석유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렸다. 이제 막 전기로 가는 자동차로 갈아탄 이때, 다시 인류는 하늘길을 열려고 한다. 하늘을 날아다닐 에너지는 우리에게 충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