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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십년전까지만 해도 남성패션에선 <흰색>이 가장
보편적인 색깔이었다.
우선 와이셔츠가 그랬고 하얀 행커치프(=손수건·
HANDKER-CHIF)가 그랬다. 뿐만아니라 남성용 속옷
인 팬츠도 흰색깔의 것들이었다.
그래서 이따금 부부간엔 옥신각신하는 <촌극>이 이 하
얀색깔들 때문에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어쩌다 남편의
백옥같이 흰 와이셔츠의 <칼라>에 여성의 붉은 립스틱
자죽과 비슷(?)한 게 묻어 있거나 흰손수건에 그것과
비슷한 것이 붉게 묻어 있어서였다.
이것들은 좀 낫다. 만일 남편의 흰 팬츠에서도 그런 색
깔과 비슷한 것이 묻어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있던 한량들은 이들 흰색깔
의 패션(?)들 덕택에 큰 곤욕을 치뤄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량의 현부인들은 한사코 흰색의 것만을 대령
했다던가─).
그런데 어떤가? 요 10년 사이에는 그 흰색깔의 것들이
어디론지 몽땅 사라지고 울긋불긋 가지각색의 예전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색깔의 것들이 판을 치고 있었
다.
▼희한할 정도의 유행을 실감케 하는 것들이었는데….
월여전서부터 인가 남성의 「하얀 손수건」이 돌풍의
기세로 유행 선상에 떠오르고 있단다.
─하얀 손수건의 발단은?하고 귀를 기울이니 우습지도
않은 발원지(發源地)라서 다시한번 실소(失笑)를 금치
못하게 한다.
「하얀 손수건」의 발원지는 얼마전에 세상을 떠들썩하
게 만들었던 「검사님」들의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김
대검총장」이 그 전모를 밝히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부하검사들의 비리를 내손으로 캐내어 흑백을 가리게
되니 만감이 교차된다”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때 김 대검총장이 눈물을 닦던 손수건이 바로 하얀
것이었다.
하얀 와이셔츠나 행커치프등이 오히려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던 작금의 패션이라서 <높은 양반>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보통일은 아닌 데다 보기드문 「하얀 손
수건」이 이채롭다는 공감아닌 공감을 가져다 주어서인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요즘 보기 힘들었고 촌스럽기까지 했다던
하얀 손수건이 장안에 대유행이라니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컬러풀한 행커치프는 흰색깔의 것보다 더러움도
타지않고 세련된 듯한 멋을 풍겼었는데 어제 오늘 대학
가에까지 온통 하얀 손수건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쳐 <
양품점>에는 그 품귀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아예 동
이 났다고도 한다.
─다시한번 흰색깔의 맑고 순결하고 고귀함을 되찾으려
는 <백의민족>의 얼의 재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