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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든 수출가격을 회복하라. 최근 수출가격 회복이
섬유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비상한 관심에 비해 가격회복은 큰 변화
가 없다. 그러다보니 각 섬유업체마다 채산성 악화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닥으로 떨어진 수출가격 회복은 누구나 동감한다. 문
제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것이다.
우리 섬유업계의 극심한 병폐인 책임전가의 극단적인
단면이다. 다행히도 최근 화섬직물수출협의회를 중심으
로 가격회복을 위한 노력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
다. 그러나 약발이 큰 편은 아니다.
각 섬유업체마다 현금 유동성 고갈로 가격인상을 지속
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버급기 때문이다.
지금 대부분 섬유수출업체들은 거의 부도직전에 처했
다. 오늘 당장 현금이 없어 회사문을 닫아야할 상황에
빠져있는 섬유업체도 부지기수다.
그렇다보니 투매를 할 수밖에 없다. 투매는 가격하락을
낳는다. 아니할말로 죽어자빠지는 판에 제삿날 기다리
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빈곤의 악순환은 이를 두고
이르는 것같다.
오래간만에 섬유업계가 업·다운스트림간 공존공생을
도모해 화제다. 먼저 수요업계가 공급업체에 대해 전격
적으로 제품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했고 공급업계는 제품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응답해서다.
수요업계가 앞장서서 제품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
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제품가격을 올리면 비용상승이 수반되고 이로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三尺童子도 아는 사실아닌
가.
그런데도 수요업계는 공급업계에 제품가 인상을 요구했
다.
이는 수요업계가 비용상승보다 수출가격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는 현실을 인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국부의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자의식의 발로로 여
겨진다.
사실 IMF이후 국산 PET직물 수출가격은 하향행진만
거듭했다.
환율이 오르자 극도의 환차익을 맛보았던 직물수출업체
들은 내놓고 가격내리기에 앞장섰다. 여기에다 공급업
체의 제품가 인하 경쟁은 불붙는데 기름을 들이부은 격
이 됐다.
換亂으로 대기업인 화섬업체부터 자금흐름에 이상이 생
긴 탓이다. 원사가 인하경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성
을 더했다.
원사가가 내려가는 만큼 직물가격도 수직하락했다. 사
실 한 번 내려간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은 여간 힘든 일
이 아니다. 또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직물수출가격은 인상됐다. 떨어진 수준에 비
한다면 형편없는 것이지만 가격회복은 일부 이뤄졌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는 것같다.
바로 하기나름이고 그만큼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다.
수요업계는 이같은 가능성을 토대로 공급업계에 직물가
인상을 앞당기는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바로
가격하락의 근본인 부도업체에 대한 원사공급 중단이
다. 부도업체에 대한 원사공급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
은 아니다.
그러나 이 논란은 이제 종식됐다. 직물 수출가격을 올
리겠다는 수요업체의 노력에 공급업체도 공감했기 때문
이다.
원사가격을 내리면 수요업체의 경쟁력으로 승화될 것이
라는 논리는 비정상적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업체
가 있는한 논리가 아님을 입증시킨 것이다.
이를두고 夫唱婦隨라고 하던가. 지금껏 가격을 놓고 티
격태격만 했던 수급업계가 섬유산업을 살리자는 대의적
인 명분에서 접점을 찾고 있다.
지난해 PET직물 수출상황을 보면 수량은 큰 변화는
없으나 단가는 크게 하락했다.
이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과잉공급 상태가 아
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지난해를 반추할때 원사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수요업체
로 경쟁력이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 제품
의 가격만 떨어트린 꼴이 됐다. 가격을 내리는 것이 능
사가 아닌 단적인 예다.
지금 PEF를 공급하는 12개 화섬사들의 적자규모는 줄
잡아 월 4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화섬사들의 적자분을 직물업체들이 향유하는
가 하면 이도 아니다. 왜 이렇게 됐는가. 가격을 지킬만
한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업·다운스트림의 합심을 통한 수출가격 인상노력은 어
느 누구도 반대 않는다.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할 과제
다. 다시말해 수급업계간 협력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우리 섬유업계에서는 이같은 일을 찾아볼 수 있
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화섬업계와 직물업계의 대승적인 공조가 국내 섬
유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