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3주년특집] 출산율 0.6 임박, “옷 만들 사람도 살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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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초고령사회 도래…전국 50% 이상 소멸위험지역
교육혁신·일가정양립·이민확대 등 생산성 강화 필요
합계출산율 0.72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이미 슈링코노믹스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민은주 기자
초저출산으로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0.72명을 찍었던 합계출산율은 올해 0.6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생산성 증가율은 이미 0%대까지 추락했다. 노동력 부족과 부양 부담 상승, 지방소멸과 경제 활력 감소는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특히 여성고용비율이 높고 기존 인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섬유패션업계로서는 출산·양육지원환경을 만들고 슈링코노믹스에 대비할 구체적인 생존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iStock

‘슈링코노믹스’에 취약한 패션업계, 생존전략 찾아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0.65명까지 떨어졌다. 장래인구추계가 전망한 2024년 합계출산율은 중위 시나리오 기준 0.68명이다.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도 5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섬유패션산업은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는 분야다. 우선 인구감소로 경제가 축소되면서 불경기의 여파를 극심하게 겪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분기 가구당 소비지출 성장률은 0.0%였지만 의류·신발 부문은 4.1% 역성장을 기록했다.  매출 부진 외에 노동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 섬유패션산업 인력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섬유패션관련 인력 부족률은 4.6%로 전년 대비 0.2%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의 섬유패션제조업 취업기피와 기존 인력 고령화로 다른 업계보다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동시에 섬유패션업계는 영세업체 비중이 높고 그만큼 일·가정 양립이 미진한 편이다. 지난해 섬유패션산업 전체인력은 남성은 58.2%, 여성은 41.8%로 제조업 중 여성고용률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방적, 화섬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 30인 미만 기업이 많아 출산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등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섬유패션산업은 저출산·고령화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으면서 동시에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중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 ‘인구비상사태’ 선언했지만 슈링코노믹스 대응책은 미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매년 극감해왔다. 2015년은 여성고용률이 처음으로 50%를 넘긴 해이다.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률은 꾸준히 늘었고 특히 30대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에서 가임기 여성이 출산 대신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저출생이 심화되었단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날 정부는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서 60여 개의 저출생 반전 대책을 쏟아냈다. 현재 6.8%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육아휴직급여를 상한 250만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등 일·가정 양립과 주거 및 돌봄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 정도의 정부 대책으로 합계출산율 0.6명에 임박한 현 상황을 뒤집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높지 않다. 무엇보다 중산층 이상을 위한 정책이 대다수라, 경제적 이유로 혼인부터 망설이는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의 기회가 낮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출산육아휴가나 유연근무제 등을 실시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인구 재생산에만 초점을 맞추고 ‘슈링코노믹스’에 대응할 구체적인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 역시 인구비상사태 선언의 한계로 지적됐다. 

2026년부터 초고령사회, 지방소멸은 이미 현실
우리 사회는 이미 슈링코노믹스에 진입했다. ‘수축(shrink)’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슈링코노믹스(Shrinkonomics)는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가 감소하면서 생산·소비·산업·노동 등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경제 붕괴와 주민 이탈이 다시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특징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분포 탓에 절감하지 못할 뿐, 한국의 인구감소는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도래하고 2028년부터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가 모두 감소할 전망이다. 대한민국 총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2070년 3718만 명까지 줄어들고, 고령인구비율은 올해 19%에서 2070년 45%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방소멸 역시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3월 부산은 6대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17개 광역시도 중 소멸위험지역은 8개에 달하고 전체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30곳이 사라질 위험에 봉착했다. 이중 57곳은 소멸 고위험지역에 해당된다.  지역소멸과 인구감소가 섬유패션산업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 섬유패션업 종사자의 51.4%는 수도권에서 근무하지만, 염색가공은 대구·경북(52.6%), 부직포와 기타 업종은 부산·울산·경남(27.2%), 화섬은 광주·전라(22.5%)의 인력비중이 가장 높다. 지역 제조업의 붕괴를 막을 실질적인 대응책은 찾지 못하면 섬유패션산업 전체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축소경제시대 경쟁 더 치열해…섬유패션 패러다임 전환 필수
섬유패션업계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전체 인력 중 50~59세가 34.5%로 가장 높고 40~49세가 24.0%로 뒤를 잇는다. 특히 30인 미만 기업은 60세 이상 인력 비중이 24%에 달한다. 당장 앞으로 11년간 ‘2차 베이비붐 세대’ 954만 명이 은퇴 연령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고령근로자 계속고용, 재교육 등을 통한 노동생산성 혁신 등이 절실하다.

외국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이민정책을 확대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현재 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고 인구밀도가 높은 동아시아에서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6명, 대만 0.87명, 싱가포르 0.97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위기를 피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 이민인 상황에서 각국 간 해외노동력 유치경쟁은 갈수록 극심해질 전망이다.  또한 제조공정을 스마트화하고, 기능성 첨단소재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등 축소경제의 압박을 극복하기 위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많은 섬유패션업계 내에서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출산휴가·육아휴직을 편하게 쓰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인구구조 변화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섬유패션산업이 슈링코노믹스에 대응하고 인구감소사회에 연착륙할 생존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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